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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제2, 제3의 장경욱 사태를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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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방공·방첩과 군 기강 감시를 목적으로 정보수집을 하는 부대다. 역할과 권한이 막강해 ‘군내 국가정보원’으로 불린다. 과거 기무사는 음성적인 동향보고나 비선을 통해 정권 실세들에게 정보를 흘려주는, 이른바 ‘줄대기’ 폐해가 적지 않았다. 군이 정치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부작용과 폐해가 심해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기무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없애버렸다. 하지만 그 후에도 군내 감시자로서 기무사의 위상은 여전하다. 기무사에서 작성한 군 동향 보고서는 여전히 승진 등 인사 자료로 쓰인다고 한다. 일선 부대 하급장교부터 지휘관들까지 기무사 요원들의 눈치를 보는 이유다.

 현 정부 출범 초 기무사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24일 경기도 과천시 별양로에 위치한 기무사에선 40대 기무사령관이 된 장경욱 육군 소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엔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참석했다. 김 장관은 장경욱 소장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온 정보 분야 전문가”라며 “이처럼 장 장군을 새로운 기무사령관으로 맞이하게 된 것을 마음 든든히 생각한다”며 치켜세웠다. 김 장관은 4분30초 동안 진행한 훈시(訓示) 대부분을 기무사 개혁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은 6개월 만에 경질됐다. 경질 배경을 놓고 김 장관과 장 전 사령관의 주장은 엇갈린다. 김 장관 측은 기무사가 지휘계통을 배제하고 청와대 등에 장관 등 군 실세들의 부적절한 인사 개입설 등을 퍼뜨렸다며 자질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장 전 사령관은 “청와대에 군내 여론과 분위기를 전달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맞서고 있다. 기무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란 반발이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여야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점점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진실공방과는 별개로, 군내에선 이참에 기무사가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원한 한 장성은 “군 지휘관들은 지인들을 만날 때도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기무요원을 배석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기무 동향보고서 여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기에 기무요원이 지휘관의 ‘갑’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도 “기무사 요원들 중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등 물의를 빚고도 다시 요직에 중용되는 등 특권을 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상이 어떻든 기무사에 대한 이런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제2, 제3의 장경욱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을 감시·감독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더욱 엄격한 도덕률로 무장해야 한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