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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파키스탄관계의 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카라치로부터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17일부터 인도와 동파키스탄접경지대에서는 소규모의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와 때를 같이하여 파키스탄군부대는 인도와 서파키스탄국경선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 중에 있다고 전한다.
금춘 동파키스탄 주민이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분리·독립운동을 벌인데 대해 서파키스탄은 많은 병력을 투입하여 이를 가혹하게 짓밟았고, 또 인도가 동파키스탄의 분리·독립운동을 동조, 지지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부터 인-파 관계는 점차로 험악해졌는데 급기야 양국관계는 전쟁 일보 전 상태에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반영독립투쟁중의 맹우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2차대전후 영국통치세력이 인도대륙에서 물러나면서부터 각기 분리·독립했지만, 인도는 힌두교, 파키스탄은 회교가 각각 그 국민의 지배적인 종교인데다가, 캐슈미르 등 몇 곳에 영토분쟁·국경분쟁의 씨를 안고있었으므로 대단히 비우호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이 비우호적인 관계는 가끔 유혈사태, 전쟁상태로 번지기도 했지만, 유엔이나 강대국의 조정, 혹은 주선으로 짧은 시일 안에 철정적인 평화를 회복 할 수 있었다.
최근 양국관계가 또 다시 험악해지기 시작한 것은 동파키스탄이 서파키스탄으로부터 분리·중립하려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서파키스탄이 이를 한사코 저지하려는데 대해 인도가 동정적인 태도를 취해온 데 있다. 동파키스탄은 사실상 서파키스탄의 식민지 취급을 당하면서, 가혹하게 수탈당하고 있고, 또 인종구성이 복잡·다기한데다가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서파키스탄과 한 국가의 테두리 안에 남아있기가 어렵게 돼 있다. 때문에 동파키스탄이 분리·독립을 하겠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뿐더러 서「파키스탄」 군의 가혹한 보복으로 인도로 뛰어 넘어온 피난민의 수가 6백여만명을 헤아리는데, 그 목불인견의 참상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동정이 집중되어 여러 나라로부터 구원의 손길이 뻗쳐지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동파키스탄 문제를 싸들고 인·파 양국이 전쟁일보전의 상태에까지 가고 말았다는 것은 양국관계의 장래를 위해서나 세계평화의 유지를 위해서나 큰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파간의 긴장에 대해서 미·소 양국은 인도에 대해 최대한의 자제를 지키도록 요청했으며, 또 중공은 야햐·칸 파키스탄대통령에게 중공이 파키스탄의 어떠한 대인침략도 지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동파키스탄 독립운동에 대해 소련은 인도 측에 대해서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고, 또 중공은 파키스탄 측에 대해서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은 중립을 지켜왔던 것이 주지된 사실이다.
그러한 3대국들이 현재의 시점에서 전쟁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게 된 까닭은 소·중공이 이 문제로 말미암아 열전에 직접적으로 말려들어 양국관계를 더욱 험악하게 하고 싶지 않고, 또 미국은 현재 평화공존하고 있는 소련에 대해서도, 또 앞으로 평화공존을 하고자 하는 중공에 대해서도, 이 문제 때문에 대립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우리는 미·소의 양극구조가 미·소·중공의 삼극 구조로 옮겨지고 있는 현하 국제권력정치 상황의 특징을 엿보게 된다.
3대강국의 전쟁억제 노력은 인·파 대립을 대규모 무력충돌로까지 악화시키는 것만은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접하고있는 인·파는 양국이 이스라엘·아랍대립의 경우와 같이 언제 불쑥 종교전쟁·인종전쟁의 형태로 열전의 불을 뿜게 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는 20세기 문명세계 안에서는 어느 모로나 불행한 일이요, 양국은 평화협상으로 선린이 되도록 노력함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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