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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약의 날|병 부르는 약의 남·오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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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월10일은 제15회 「약의 날」. 이날을 맞아 해마다 다채로운 행사를 벌여온 대한약사회는 금년에도 11개 시·도지부를 통해 무료배부를 하는 등 갖가지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는 대한약사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이러한 「슬로건」을 내건 이유는 최근 약의 남·오용으로 숱한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은 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약은 잘못 사용하거나 불필요하게 사용하면 자칫 생명을 앗아간다. 약의 남·오용이 빚은 사고 예는 얼마든지 있다.
항생제의 남용, 「호르몬」제의 과용, 「비타민」제에 대한 맹신으로 뜻밖의 부작용을 일으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격증하고 있다고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부쩍 일반의 관심이 높은 정력 강장제에 대해서도 일선 의사들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있다.
서울 종로에서 개업하고 있는 P박사에 의하면 하루에도 7, 8명 정도의 사람들이 「호르몬」제를 놓아달라고 찾아오는 실정이라면서 이러한 풍조를 부채질하고 있는 제약회사들의 무분별을 나무란다.
「호르몬」제 뿐만이 아니다. 항생제나 「비타민」제의 남용도 과대광고가 크게 부채질하고있다.
최근 우석 의대 비뇨기과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광고가 요란한 항생제일수록 별무효과라는 것. 그리고 비뇨기과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균의 내성이 증강되어 있어 성병 및 염증에 대한치료가 잘 안되고 되더라도 과거에 비해 2, 3주 늦어지는 경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성건 박사(우석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환자들이 발병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할 것을 광고만 보고 자기 멋대로 항생제를 택해 복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요즈음 갑자기 유행하고 있는 약국들의 과대광고 또한 크게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성병 약만 취급하며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는 광고로 환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 터무니없는 곳가로 약을 파는 약국들이 늘어나는데도 당국은 단속을 소홀히 하고 있어 국민보건에 크게 위협이 되고있다.
약의 과용 또한 남용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약사에 의해 투약되는 경우, 약의 함량도 보지 않고 환자 임의로 복용하는 경우, 환자 자신이 진단 처방하여 무턱대고 복용하는 경우, 이러한 약의 오용으로 초래되는 부작용의 예는 흔하다.
「드링크」류의 약품을 함부로 마시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성인용의 「드링크」제를 어린아이가 마셔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예도 흔하다.
치료 이외의 약의 복용은 위험한 행위이다. 『약은 독』이라는 말을 명심하여 약의 복용에 신중 하는 것이 건강유지의 비결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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