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침 심한 갑부랭킹|국세청 과세자료로 살펴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좁합 소득세 납세의무자의 70년도 부동산소득 및 사업소득「랭킹」이 밝혀졌다. 이에 의하면 부동산소득「랭킹」1위는 한진「그룹」 총수인 조중훈씨로 소득금액이 자그마치 1억1천6백 만원이었고, 사업소득 「랭킹」1위는 부산소재 문창 수산의 정문호씨로서 소득금액은 8천4백만원.,
그런데 그「랭킹」을 20위까지 죽 훑어 내려가면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뉴·페이스」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최근 수년동안에 우리 나라 재계의 선도가 크게 달라졌다는 증거이다. 돈을 많이 버는, 따라서 돈을 많이 가진 기업인의 얼굴이 바뀐 것이다. 개인소득에는 부동산소득과 사업소득 이외에도 근로소득·배당소득·증여상속 등의 기타소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따라서 고액소득자의 면모를 보다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은 이러한 각종소득을 모두 합친 개인총소득「랭킹」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개인총소득 「랭킹」을 20위까지 추적해 보았으나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앞의 부동산소득이나 사업소득에 비하면 대체로 낯이 익은 얼굴들이긴 하지만 지금부터 5년전, 혹은 10년 전 상위「랭킹」을 유영하던 실업 인들은 아니다.
삼성·삼호 등 당시의 재계를 주름잡던 기업집단의 총수와 박흥식 설경동 이정림 이양구씨 등 「헤비」급 사업 인들의 모습이 벌써 오래 전에 상위「그룹」에서 사라지고 대신 종전의 경량급들이 대거 부상했다.
동시에 이들간에도 부침이 무상하여 지난3년간(68∼70년) 「랭킹」1위는 줄곧 조중훈씨가 석권해 왔으나 그 이하 20위까지의 「타이틀」 소지자는 1년을 넘지 못하고 교체돼 왔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의 개인소득 「랭킹」20위 이상 기업인의 변동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3년 동안 계속해서 20위안에 든 사람은 조중훈씨를 포함, 단사천씨(한국제지 70년⑥, 69년⑧, 68년⑨) 김정일씨(조중훈씨 부인 ⑦,⑥,③) 김두식씨(삼미「그룹」총수 ⑭, ⑬, ⑮) 등 4명뿐이다.
다음에 작년엔 들지 못했다가 69년부터 2년간 20위안에 든 사람은 다소 많아 정주영 (현대「그룹」총수·70년②·69년③) 이상순(원풍 산업③·18) 정원성(우남 기업④·②) 허정구 (삼양통상⑫·⑤) 정인영 (현대「그룹」⑬·⑮) 강정준 (백화전조⑮·⑭) 최성모 (동아제분⑧·⑦) 이한원(대한제분⑪·18) 이재준(대림산업16·⑫)씨 등 9명이다.
결국 나머지 7명은 지난해에 처음으로 20위권에 부상한 신인인 셈이다. 그것은 거꾸로 지난해에 7명이 20위 아래로 전락됐다는 뜻이다.
70년 중의 개인소득 「랭킹」이 급상승한 기업인으로는 69년 66위에서 일약5위로 부상한 박용학씨 (대한농산)를 비롯, 조석래 (효성「그룹」), 최종건(선경「그룹」), 박두병(OB그룹), 이인택(다나무역)씨 등이 손꼽힌다.
이에 비해 69년도에는「랭킹」에 들었다가 지난해에 탈락해버린 사람으로는 김철호 (기아산업), 이종덕(부산철관), 정순영(현대「그룹」), 서성환 (태평양화학) 씨 등이 눈에 띈다.
한편 68년도에는 20위권에 있었으나 69,70년에 계속해서 이름이 빠진 실업 인은 16명이나 되는데 그중 일부만을 열거해보면 강석진 (동명목재 당시2위) 장병희 (영예상사6) 김형배 (한진「그룹」7) 최준문 (동아건설10) 조중건 (한진「그룹」14) 김세영 (함태탄광16) 권철현 (연합철강12) 김원전 (고려제지 18) 우상서(미원19) 씨 등.
또 68, 69양년에는 「랭킹」에 들어있었다가 70년에 탈락한 사람은 한진「그룹」의 조명희 (조중훈씨 부친) 조중렬양씨와 성창 기업의 정해수씨 등 3명이다.
과거 3년간의 이러한 개인소득「랭킹」변화는 이들이 소유 또는 경영하고 있는 기업의 영고성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재계의 판도가 달라져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랭킹」을 기준으로 할 때 3년 또는 2년간 계속해서, 그리고 지난해에 돌연 상위「랭킹」에 부상한 기업집단을 보면 한진「그룹」을 필두로 현대 「그룹」, 지금은 분가해버린 대한농산 「그룹」 「멤버」들, OB「그룹」, 화섬계의 효성 및 선경「그룹」등이며 여기에 제분 계의 이한원씨가 추가될 수 있는 정도다.
여기서 주목되는 사실은 민간 기업 중에서 성장산업은 역시 3차 산업이거나 또는 이와 관련 있는 제조업이라는 점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고작 제분 하나정도가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는 편이며 과잉 시설 때문에 2년째 불경기라고 울상인 화섬업계도 실속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반대로 합판제조수출업계의 동명·성창을 비롯, 철강·제지·「시멘트」·기계공업분야의 주요 제조업체들은 오래 전에 상위「랭킹」의 대열에서 탈락해 버렸으며 계속해서 하강추세에 있다.
이는 우리 나라 경제가 60년대 말을 전후해서 전환기적 증상을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데 연유한다. 고도성장은 제조업부문의 경쟁을 격화, 이윤「마진」을 축소시켰으며 여기에 69년 말부터 시작된 긴축정책은 구매력을 크게 감퇴, 특히 제조업에 심한 타격을 준 것이다.
특히 이들에 대신해서 상위 「랭킹」에 뛰어오른 기업인중에는 한진과 현대「그룹」의 경우처럼 동일「그룹」의 직계가족들이 여럿씩 들어 있는데 최근에는 총수 한사람에게 집산화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어 상위 「랭킹」중에서도 최상위와 하위간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데 그나마 20위에 조차 들지 못하는 왕년의 거물급 기업인들은 지금 돈 대신 이름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