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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점은「수술」범위…10·2항명|내무해임안과 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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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1면

오치성 내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노출된 공화당의 자중지난은 집권당 내부와 앞으로의 개국에 돌풍을 몰아올 것 같다.
내무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서는 표면상 22내지 24명의 공화당 의원이 이탈한 듯이 보이나 일부에선 공화당에서 32명이 이탈하고 무소속과 야당에서 10표가 넘어왔다는 얘기를 하는 이도 있다.
어떻든 내무부 인사파동으로 인해 오 내무에 불만을 가진 의원이 많다해도 공화당의 생리상 「반란」은 불만 이상 외 것이 있었지 않느냐는 얘기다.
공화당에는 백남용 길재호 김성곤 김진만씨를 주축으로 한 4인 체제와 김종필 장경순 오치성 김재순씨 둥 반4인 체제간에 대립이 있어 왔다.
3선 개헌 전부터 당의 실권을 잡았던 4인 체제는 양대 선거 후 김 총리의 등장, 오 내무의 입각이후 세찬 도전을 받아왔다.
양파의 첨예화한 대립은 표면상 박대통령의 질책을 듣고 수그러든 듯 했지만 사실은 잠복했던 셈이다.
오 내무 해임건의안 표결에서의 「반란」은 20여일 전 정부·여당 연석회의에서 김 총리가 백 당의장 등 당 간부들에게 퍼부었던 『이제는 못 참겠다』는 불만표시에 이어 4인 체제 쪽의 『이제는 못 참겠다』는 강한 의사표시로 평가된다.
표의 이탈이 당내 파문대립에 바탕을 둔 것이긴 하지만 이번 경우는 『부결시키라』는 박정희 총재의 엄명을 어긴 항명이란 점에 문제가 있다.
박대통령은 지난69년 4월8일 권오병 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공화당 일부의 동조로 가결됐을 때 주모자5명을 제명하는 강경 응징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의 석차가 적고 4·8항명과 같이 개헌을 반대하여 대통령의 도를 거슬린 것이 아닌 만큼 꼭 그때와 같은 조치가 있을지는 확실치 앓다. 여하튼 『이제는 못 참겠다』는 식의 대립이 표면화한 이상 어떤 형태로든지 수술이 불가피 할 것 같다
이 수술과정에서 4인 체제는 희생을 극소화하려 한 것이 그 반4인 체제에선「일사 불란」으로의 복귀를 위해 강력한 응징을 희망할 것이나. 그 결단은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
이 사태가 벌어지자 반4인체제의 김재순 총무는 즉시 총무만의 사표를 박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장경순 부의장은 백 의장에게 당무회의와 당기 위의 즉각 소집을 요구했는데 백 의장은 3일 하루종일 침묵을 지키다가 4일 당무회의를 열어 당무위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들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공화당 내 뒤처리는 ①반발주모자를 징계하고 총무 단을 포함해서 당의 체제를 전면 개편하는 대수술과 ②주모자만을 처벌하는 등 몇 개의 가능성이 있다.
이중의 어떤 방안을 박대통령이 결심하느냐에 따라 당내기류와 정치의 앞날이 전망될 수 있다.
대수술을 할 경우는 새「라인·업」의 색깔에 따라 심도는. 좌우되더라도 대수술의 직접동기가 항명인 만큼 4인 체제에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모자만을 징계하는 경우도 주모자의 선이 어디까지 미치느냐에 따라 다르나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당총재인 박대통령은 사태이후 김 총리를 두 차례 만났다. 당에서는 이번 항명이 조직적인 것인가, 조직적이라면 주동인물은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서 본다면 4·8항명 때 못지 않은 강경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선 이미 주동자 일부에 대한 탈당 권유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번 파동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간에 이일로 입은 공화당의 상처와 당내파벌간의 이상기류는 쉽게 아문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사태가 수습될 경우, 이번 임기가 박대통령의 마지막 임기란 점과 관련, 다른 한쪽의 이탈에 의한 정계 개편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평소 공화당 간부들간에 당의 단결을 강조하면서 『8대 국회에서 당이 단결하지 못해 국정처리가 힘들어지면 어려운 국내외 정세에 비추어 민주정치가 위험수위에 이를 염려가 있다』는 말이 오간 점은 음미할 만하다.
「10·2항명」이 위험수위에까지 정국을 몰고 갈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의 사태발전을 걱정하는 사람은 많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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