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개 속 「북평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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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흘째 계속되는 북평의 미스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숙한 「베일」속으로 잠겨 간다.
베테랑 기자들도 추리 소설 같은 기사만 두드릴 뿐이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점괘를 나눠보면 ①모택동 사망·중태설 ②주은래·임표 「헤게모니」싸움설 ③중·소 위기설 ④임표 중태·사망설 ⑤문혁 재생설 등으로 그야말로 중구난방. 일본의 어떤 기자는 『10월1밀 퍼레이드 중지가 닉슨 때문』이라면서 『닉슨이 중공을 방문할 때 사열식을 해 줄 수 없으니까 지금부터 그 제도를 없애는 것』이라고 그럴듯한 어거지를 썼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어느 추측도 중공 내에서 진전되고 있는 사태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23일까지만 해도 모 사망 또는 중태→주·임권력 투쟁설이 가장 유력한 풀이로 등장했으나 중·소 국경의 긴장 고조가 알려지자 이런 관측도 위력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나흘동안 종적을 감췄던 주은래가 23일 북평 공항에 얼굴을 나타냄으로써 권력 투쟁설은 완전히 날가루가 된 셈.
이렇게 되면 임 사망·중태설이나 중·소 위기설이 그럴 듯이 들리겠지만 이것도 만족할만한 설명은 못 해준다. 임이 심장병을 앓아서 사경을 헤맨다면 미국의 심장 전문의가 날아가고 10월1일 대행진이 중지될 수도 있다. 그러나 휴가 장병을 불러들이고 공당 중앙위를 소집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22일 새벽에 일기 시작한 「북평의 안개」에 대해서는 미국 쪽도 상당히 초조한 기색.
지글러 백악관 대변인은 『닉슨의 방문 계획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중공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정말 모른다』고 정색했다.
그러나 「추측의 백화 제방」속에서 논리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것을 고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모의 신상에 큰 일이 생겼다는 추측이다. 이것은 미 심장 전문의들의 북평 행과 국경절 행진의 취소를 동시에 설명한다. 둘째 모가 주·임 가운데 하나를 후계자로 지명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당 중앙위 소집을 설명해 준다. 세째 그 지명이 주에게 떨어졌고 선양을 받지 못한 임이 상당한 반발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휴가 장병의 귀 대령, 공개 석상에서의 잠적 등이 뒷받침한다. 어쨌든 『두껑이 열릴 때까지』이러한 추측은 계속 쏟아져 나올 기세이다.
한편 홍콩의 한 일간지는 유소기의 탈출설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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