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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교수 호흡 맞는 대학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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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의 자율화는 대학사회에 항상 대학인들의 합의에 의한 질서가 서고 공감과 협력에 의한 인간관계가 성립할 때 이룩된다』고 말한 신태환박사(전서울대총장)는 이를 위해 『대학은 법적 권위나 지식의 시장관계에서 탈피하여 대학의 고유기능을 향한 교수와 학생의 새로운 인간관계가 조성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20, 21일 그린·파크에서 열린 전국대학 학생지도연구소관계 교수회의에서 대학윤리와 새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이란 주제로 행한 기조강연에서 신태환박사는 대학의 자율화운동에 선행해야할 대학내외의 문제 전반에 걸쳐 언급하면서 대학인의 새로운 모럴을 제창했다.
다음은 그의 강연요지.
오늘날 대학의 근본문제는 대학이 사회와 어떤 상호작용의 상태에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의 가치관을 수동적으로 받아만 들이는 대학은 지적인 지도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며 윤리적으로 침체에 빠진다. 대학은 역사의 과정에서 창조적인 힘이 되고, 사회의 지성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사회봉사라는 중요한 기능을 위해 대학은 현실을 냉혹히 분석하는 연구태도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오늘날의 사회는 적응성 뿐 아니라 본질비판 또는 꾸준한 자기개조를 요구한다. 이러한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은 대학이다. 그것은 대학이 자유로운 연구의 정신에 차 있고, 사실에 기초를 둔 진리를 믿고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사회문제에 대해 중립성이나 초연성 등의 환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실험을 해야한다.
오늘날 학생들의 사회에 대한 불평불만은 대학이 긴박한 사회문제에 대하여 초연한 듯한 태도를 위장하고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발언을 기성인들은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반역이라고 보지만 오히려 사회가 떠들어대는 전통적 가치관에 기성인 스스로가 위반하는 것을 혐오하는 것이다.
대학은 사회조건에 대하여 비판적인 실험을 하고 변혁을 위한 효과적 방법을 검토해야한다. 대학지도자들은 학생들의 움직임을 막지만 말고 앞질러서 대학과 사회에 일관성 있는 행동지표를 명시해야한다. 역사에 반동을 해서는 안된다.
대학생은 한국사회에 있어서 부패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깬 소수의 근대적 분자다.
그들은 조국의 미래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인간들이기 때문에 사상적 전진이나 정치적 자각에 따라 그들이 직접적인 이해를 갖는 대학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도 큰 관심을 갖고 행동을 시작한다. 특히 한국의 대학생들은 자주 소리 없는 대중을 대변해 왔다.
그런데 오늘의 대학은 정치와 너무 밀착되어 있고, 위정자는 보호감독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요구를 대학에 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학사를 간섭한다. 대학인들 중에는 정치주변을 열심히 뛰어 다니는 세력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학이 정치에 가까우면 충분한 자유를 누릴 수 없으며, 교육은 타당성을 잃고 만다. 대학생은 탁월한 연구업적과 열성적 인품을 갖고, 선배로서 사회에 처함에 있어 대학인다운 지조를 갖는 교수를 절실히 기대한다.
그런데 교수·대학행정책임자 등의 대학인이 제대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데서 오늘날의 대학은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교수들이 학생에게 성의가 없고 명리에만 치우칠 때 대학사회는 구심점을 잃고, 자율성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젊음을 숭상한다는 대학사회가 젊은 사람을 두려워하고, 젊은 사람과 공감할 줄 모르는 인간이 발호할 때는 자멸의 길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과 교수가 호흡이 맞고 대학의 행정책임자는 이 호흡을 존중하는 새로운 대학윤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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