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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의 극심스런 공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내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극심한 공해 때문에 수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이 만연하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에도 유해함이 드러났다. 71년 서울시 초·중등학교 과학전시회에서 특상을 받은 배재고 두 교사들에 의한 『서울의 공해연구』에 의하면 소음은 남학교 평균이 71「폰」이고 여학교 평균이 68「폰」으로 적정량 40「폰」의 배에 가까운 양에 달하고 있으며, 아황산「개스」의 함유량도 을지로의 경우 62.6PPM이나 되어 위험선인 1백 PPM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해 때문에 학생들 중 열후질환 환자가 전체 조사대상 학생수의 66.7%나 되고 두통을 호소하는 자는 76.5%, 안질환자는 78.1%에 달하고 있다는 놀라운 실정이 드러난 것이다. 또 소음 때문에 공부에 지장이 있다고 호소한 학생은 97.4%,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한 자는 95.7%, 소음 때문에 공부에 싫증이 난다는 학생 97.3%나 된다. 이 조사는 서울시에 한정된 것이나 울산 등지의 학교공해는 훨씬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중에도 질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오염·소음·식수오염 등 모든 공해요인을 통틀어 서울의 공해상황은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이다.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하다고 하는 「뉴요크」나 동경보다도 공해도가 훨씬 심하여 서울이 세계 제1의 공해도시라는 낙인은 저명한 외국학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지적된 바 있다. 아황산「개스」만 하더라도 「뉴요크」는 0.20PPM밖에 안 되는데 우리는 0.24PPM이나 되고, 소음도 90「폰」이상 지역이 서울 전체의 3분의1이나 된다. 이러한 환경 밑에서는 정상적인 성인의 생존조차 위협을 받기 마련인데, 하물며 한창 성장기에 있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처지는 큰 국가적 관심사가 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교차 기차선로 주변에 자리잡은 모녀고의 경우는 기차가 지날 때마다, 또 경비행장에 인접한 모 국민학교 주변은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때마다, 수업을 중단해야하고 모 여고에서는 주변공장의 배기「개스」 때문에 운동장에서 여학생들이 마구 쓰러지기까지 하는 형편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위정 당국자가 급속한 경제성장에만 골몰하는 나머지 공해 문제 같은 것에는 아예 둔감하여 생활환경이 말이 아닐 정도로 더럽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런 상황하에서는 자라는 2세의 교육은 물론 그 정상적인 성장마저 우려된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한 연구결과는 또 서울시내의 가로수중 84.5%가 고사직전에 있음도 밝혀주고 있는바 이러다가는 학생들조차도 고사직전 상태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이제부터 서라도 서울시는 학생의 건강을 위하여 학교주변의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학벌주변에서는 절대로 경적을 울리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주변에 있는 공해업소를 하루빨리 이전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가 공해업소를 이전하지 못하면 학교가 이전하지 않으면 안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주민의 반발도 심할 것이 예상된다.
울산의 경우, 공해가 심하여 학교이전계획을 세웠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치 못한 일이 있었는바 이러한 주민의 무지각도 큰 문제라고 할 것이다. 목전의 통학거리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맑은 공기와 조용한 환경 하가 아니고서는 참다운 자녀교육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도 멀지 않아 많은 학교를 이전치 아니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니 학교 이전의 비극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서도 정부는 공해제거를 위한 과감한 투쟁을 전개해야만 할 것이다.
공해업소를 학사주변에서 몰아내는 한편 학교주변의 술집·고급욕탕·극장·사창가 등도 과감하게 철거하여 2세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공해추방운동에 있어서야 말로 시민도, 학생도 힘을 합하여 사회참여운동을 일으킴으로써 주위환경의 정화에 발벗고 나서는 것이 어떨까라고도 생각된다. 최근에 개최된 『대학생의 사회참여를 위한 「워크·숍」』에서도 공해추방을 위한 「캠페인」이 결의됐다고 하는바 학교주변의 공해추방운동은 학생들의 자위권행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공해문제가 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당국이 충분한 사전예방조치를 강구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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