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석 밀수의 성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4일 치안국 수사 지도과는 3.8 「캐러트」짜리 「다이어먼드」백금 반지 등 시가 5천1백만원 상당의 보석을 거래하던 밀수범 15명을 체포하고, 그 수괴급 1명을 지명 수배했다 한다. 보석 밀수사건은 지난번 여 교장실에서 압수된 우리 나라 최대의 10.82 「캐러트」짜리 밀수품 「다이어」반지 사건을 비롯하여 「세투발」축구 「팀」임원 사건 등 대규모의 것만 해도 올해 들어 벌써 5건이나 되어 그 밀수품들의 시가 일정액만도 2억5천6백여 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들 보석밀수단들의 행태를 보면 국제 결혼한 여인이나 외국 여행하는 사람들을 통해 「홍콩」등지에서 밀수입해서는 부유층 부녀들을 상대로 뒷거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밀수성행의 배경은 물론 이들 일부 특권 부유층 부녀자들의 허영심에 있다하겠으나 보다 넓게는 어느덧 이 사회전체에 만연하게된 도도한 사치풍조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옛날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해방후만 하더라도 결혼 예물로는 고작 금반지를 선물하는 것이 상례였는데, 어느덧 「다이어」반지가 아니면 예물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사회 풍토이다. 단한 「캐러트」의 「다이어먼드」도 생산되지 않는 이 나라에서 모든 부녀자들이 「다이어」반지 끼기를 소원하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유층 여자들은 서로 「다이어」의 크기를 자랑하고 앞을 다투다시피 큰 것을 가져야 높은 직위에 상응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실정이다.
사실, 요즘 자기 분수를 모르고 앞다투어 서로 허영과 사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부 특권설의 모습들을 보면, 이래 가지고서 나라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한탄이 저절로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과장부인 보다는 국장부인이, 국장부인 보다는 중역이나 장·차관부인이 더 크고 더 값비싼 패물을 갖지 않으면 창피스럽다고 여기게까지 된 사회풍조가 큰 문제라는 것이다.
부정부패를 일소하라는 민중의 부르짖음이 충천 하곡 위정 당국자로부터서도 서정쇄신을 단행하여 밝고 생산적인 사회풍토를 조성하겠다는 엄숙한 서약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바로 외산 고급승용차를 에워싼 갖가지 풍문이 꼬리를 물고 비록 극소수 특권층에 의해서라고는 하지만 몇 백만원대의 보석 거래가 여전히 성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망국적인 사회풍조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점에서 최근에 계속 무리를 물고 있는 대규모 보석 밀수사건들을 근본적으로 다스리는 길은 오직 위정당국자를 비롯한 이 나라 모든 지도층 인사들의 생활주변에서부터 철저하게 허식에 찬 일체의 사치풍조를 몰아내는 길밖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오늘날 수천만원 짜리 보석을 자기가 노력해서 뼈아프게 번 돈으로 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고개의 보석을 가진 사람은 대개가 불로 소득이나, 불법 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이 분명할 것이고, 고가의 보석 치고 특관세를 문 물품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관세청은 특권층이나 부유층 등이 가지고 있는 보석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수색을 하여 그것이 정식 통과된 것인지, 아니면 밀수된 것인지를, 가려내야 할 것이요, 이는 외제 차량의 관세포탈 보다 훨씬 더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단속해야만 할 것이다.
소위 특권층이나 부유층은 우리 국민들이 처해 있는 경제적 현실을 직시하고 부질없는 낭비와 허영을 일소하여 서정 쇄신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