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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억 '마중물'로 1600억짜리 돈줄 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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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형산강과 북구 동빈동 동빈내항을 잇는 샛강이 매립된 지 40년 만에 포항운하로 복원됐다. 오른쪽 아래 둥근 파란색 건물이 운하 시발점이다. [사진 포항시]

전체 공사비는 1600억원. 하지만 기초자치단체가 들인 돈은 그 10분의 1가량인 154억원이었다. 오는 2일 완전히 물길을 트는 ‘통수식’을 하는 포항운하 얘기다.

 포항운하는 형산강과 동빈내항 1.3㎞를 잇는 폭 15~26m, 수심 1.7m의 물길이다. 운하 자리는 1960년대만 해도 샛강이 흘렀으나 메워져 주택과 상가가 들어섰다. 그러던 것을 40여 년 만에 운하로 재개통하는 것이다.

 포항운하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동빈내항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서다. 동빈내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다. 물이 고여 있다시피 한 곳이다. 그래서 갈수록 쓰레기와 생활하수로 인한 더럽힘이 심해졌다. 이를 해결하려면 운하를 통해 항구에 강물이 흘러들어 바닷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

 현 박승호 포항시장도 7년 전 처음 시장선거에 나왔을 때 운하 건설을 공약했다. 하지만 시장이 된 뒤 문제에 부닥쳤다. 돈이 부족했다. 시의회도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래서 찾아간 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북본부였다. 운하를 만든 뒤 주변 땅 3만4000㎡를 줄 테니 이를 상업용지로 개발해 분양하면 LH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LH는 2008년 공동사업자가 전체 사업비의 절반인 800억원을 내기로 했다. 공장과 전용부두 등을 만들면서 근처 해수욕장 백사장을 유실케 한 책임이 있는 포스코는 300억원을 내놨다. 여기에 국비·도비 346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결국 포항시는 시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숙원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지난달 10일 있었던 1차 통수식에서 형산강 물이 포항운하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포항시는 운하가 뚫린 뒤엔 세 가지 경제적 이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은 동빈내항 환경복원이다. 포항시는 그간 동빈내항 오염물질을 퍼내는 데 380억원을 썼다. 항구 내 바닷물이 순환하면 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악취 때문에 슬럼가가 됐던 동빈내항 주변 또한 바뀔 것으로 포항시는 보고 있다.

 관광 활성화 효과는 포항시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점이다. 운하가 열리면 21t급 연안크루즈 1척과 관광유람선 4척을 띄울 계획이다. 복원된 운하와 동빈내항을 거쳐 바다로 나가 포스코를 바라보며 송도를 한 바퀴 도는 6.6㎞ 코스다. 포항시는 크루즈를 운항하고 운하 주변에 비즈니스호텔과 수상 카페, 상가 등을 유치해 이 일대를 수변 관광 일번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운하가 지나는 주변은 죽도시장·고속버스터미널 등이 있는 포항의 옛 도심이다. 이 지역은 동빈내항이 오염돼 가며 함께 침체됐다. 포항시는 크루즈와 운하 주변 호텔·테마파크로 사람들이 모여들면 죽도시장 등 옛 도심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한 운하 인근 영일대 해수욕장 주변이 선례라는 것이다. 포항시 강기석(55) 포항운하건설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영일대 해수욕장 주변은 전에 3.3㎡에 800만원 하던 땅이 지금은 2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승호 시장은 “포항운하는 철강도시 포항에 해양관광의 날개를 달아주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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