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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동네 빵집 상생 모델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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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일 문을 여는 서울 여의도 ‘브리오슈도레 한국 1호점’ 매장에서 르더프그룹 창업주 루이 르더프 회장이 프랑스에서 비행기로 직접 공수한 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브리오슈도레]

“우리는 프랑스에서, 프랑스 재료로, 프랑스 장인이 만든 빵을 섭씨 영하 20도로 급속 냉동해서 비행기로 한국에 들여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했던 어떤 프랑스 베이커리와도 다릅니다. 한국의 ‘파리바게뜨’와도 다른 프랑스 정통의 맛을 곧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 굴지의 외식기업 ‘르더프그룹’의 창업주 루이 르더프(67) 회장의 목소리엔 자신이 넘쳤다. “한국의 베이커리 시장은 이미 국내외 브랜드가 포진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르더프 회장은 유럽 최대의 베이커리 카페 프랜차이즈 ‘브리오슈도레’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첫 방한했다. 그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메리어트호텔 ‘브리오슈도레 1호점’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했다. 매장은 11월 4일 개점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 기욤 가로 프랑스 농림부 장관까지 이 매장을 보러 왔다. 르더프그룹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

 “올해 예상 매출이 15억1000만 유로(약 2조2000억원)다. 전 세계 500여 매장이 있는 브리오슈도레를 비롯해 프랑스 식당 ‘라마들렌’, 이탈리아 식당 ‘델아르테’ 등 9개 브랜드 1260개 매장이 50개국에 있다. 이 중 냉동·반제품 빵을 공급하는 브리도(Bridor)의 매출 비중이 27%로 가장 크다. 브리오슈도레에서 파는 빵도 대부분 브리도 제품이다.”

 - 외식 브랜드가 그렇게 많은데 브리오슈도레로 한국에 진출한 이유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점에 이어 서울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내년에는 일본에 문을 연다. 사실 한국엔 3년 전부터 브리도 빵을 신라·웨스틴조선·리츠칼튼호텔 등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가 우리 빵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어서 다음 단계 진출을 한 것이다. 르더프그룹은 해외에 진출할 때 먼저 브리도 납품으로 반응을 테스트하고, 브리도 빵과 간단한 식사를 파는 카페 브리오슈도레를 연다. 김치빵 등 현지화도 궁리 중이다.”

 - 매장 분위기가 상당히 고급스럽다. 크루아상이 3000원인데, 프랑스에서는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 아닌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브랜드다. 프랑스 브리오슈도레는 가격 수준이 매우 다양하지만 해외 매장에서는 고급 제품만 판다. 정통 프랑스 빵의 이미지를 위해서다. 일상적인 제품은 이미 현지 베이커리가 팔고 있지 않은가. 마카롱·마들렌은 완제품으로, 크루아상·바게트와 타르트의 파이 부분 등은 굽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들어온다. 생크림·과일·채소 등 신선한 재료만 한국에서 조달한다.”

 - 한국에선 동네 빵집을 살리기 위해 프랜차이즈 빵집의 출점을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어떤가.

 “프랑스도 동네 빵집이 위기다. 소비자들은 생산물 이력제 등 위생관리에 점점 예민해지는데 작은 빵집은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고, 인건비와 재료비도 감당하기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동네 빵집들이 브리도 빵을 구워 팔면서 해결하고 있다. 브리도 매출의 50%가 동네 빵집 납품이다. 르더프그룹은 빵에 들어간 버터를 만드는 우유가 어느 젖소에게서 나왔는지까지 추적이 가능할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한다. 대량구매와 대량생산을 통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우리는 동네 빵집에 납품해 매출을 올리고, 동네 빵집은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게 됐다. 프랑스의 최고급 베이커리 에디아르가 지난주 파산 신청을 할 정도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생존 모델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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