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친 교권운동-교련 시도교육회장대회 활동포기결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교원처우개선·교육자치제 실시 등을 요구하고 나섰던 대한교련회원들의 자율적 교권운동이 회원의 여망을 무시한 회장단의 어용성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고유기능을 되찾아 자주적 대 정부활동을 벌이라는 의원들의 요구로 소집되었던 지난 30일의 시·도 교육회장대회는 문교부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회장단이 오히려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일부 회원들이 교직단체무용론을 들고 나오는 사태를 빚었다.
47년11월23일 오천석·최규동씨 등 백여 명의 교육자가 모여 단결된 힘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압력단체로 출발했던 교련이 오늘날 15만 회원으로 비대해지면서 오히려 어용단체, 들러리단체 등의 비난을 받아 왔다. 이번에 회원들이3단계의 투쟁방안을 내걸고 처우개선과 교육자치제의 실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교련의 불명예스런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활동자세를 취하려는 안간힘이었다.
이같은 15만 회원의 잠재력을 외면한 채 또다시 그들의 정당한 요구를 문교부와의 흥정의 대상으로 유보시키자 도교육회대표들은『조기대의원대회를 소집하여 회장단불신임결의를 해야된다』는 강경론을 폈다.
사실 전국교직자의 76·5% (3월1일 현재)를 회원으로 갖고 있는 교련은 그 성격이 회장단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회장은 교련을 대표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결기관인 대의원회를 소집하며 집행기관인 이사회와 상무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들의 의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회장이 회원들의 요구를 무시할 때 교련은 문교부의 「들러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압력단체는 될 수가 없다는 것이 회원들의 생각이다.
지난달 30일의 모임에서 강원도교육회 대표 최태호씨 (춘천교대학장), 경북 교육회 대표 천시권씨 (경북대교수) 등은 『지금 회원들의 생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데 방학문제를 들고 나오느냐?』고 회원들의 교권투쟁을 얼버무리는 회장단에 추궁했다.
방학책·교육기재공급권·공제회사업 등을 모두 정부에 반환하고라도 교권의 자율과 교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떳떳한 투쟁을 벌이라고 회원들은 회장단에 촉구한 것이다. 회원들의 이같은 열망이 교련의 「이미지」를 혁신하는 모처럼의 구심점이 되는 듯 했으나 『회장단의 몸에 밴 어용성』으로 수포로 돌아가자 그들은 회장단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도의 한 회원은『6년 동안 회장이 15만 회원의 힘을 자신의 학원기업의 방패로 삼아왔다』면서 이대로 가기보다는 차라리 운신 못하는 「매머드」교련을 해체하여 교직운동에 뜻 있는 사람끼리 규모가 적더라도 기동성 있는 압력단체를 구성해야될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우선 그 전 단계로 현 회장을 조기 대의원대회에 붙여 불신임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앞으로 적어도 교련회장자리가 자기사업의 미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교련을 넙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못박았다. <권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