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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귀금속 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즘 연달아 귀금속의 밀수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밀수에 손을 댄 것은 지난 봄에 있었던 「필리핀」인의 금괴 밀수사건 다음엔 이번 「세투발」 축구「팀」의 밀수사건이 가장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귀금속 밀수의 좋은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가정해 볼 때 이를 뒷받침할만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수요의 폭증이다. 국민소득이 3백「달러」도 안되는 나라에 웬놈의 귀금속 수요는 그렇게도 많은지.
그러나 가난한 나라일수록 휘황찬란한 귀금속류를 좋아한다는 것은 국제회의 같은데 나가 보면 금새 알 수 있는 일이다. 마치 온몸에다 자기의 전 능력을 일부러 과시하고 다니는 것 같은 인상이다. 이것은 무사려와 열등의식의 소산이다. 우리나라에도 역시 그런 정신장애자가 많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거나 출세를 하면 무거운 죄의식과 열등감을 「커버」하기 위하여 자기가 속해 있던 서민 대중으로부터 빨리 빠져 나와 버리기를 원하게 된다. 그래서 택한다는 방법이 턱도 안 맞는 사치스러운 생활양식이다. 호화주택이다, 고급 승용차다, 유흥시설의 과도 이용이다…. 귀금속의 수요가 병적으로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은 관계 공무원의 불륜이다.
이번에도 국내 최대의 「다이어」밀수를, 이를 막고 적발해야 할 세관원이 뇌물을 먹고 묵살했다는 보도가 함께 있었다. 이걸 뒤집어서 말하면 뇌물만 주면 밀수는 세관원의 일상적인 묵인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이런 판국에 「세투발」 축구「팀」이 밀수를 했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자초한 느낌마저 없지 않다. 아뭏든 이번 일을 계기로 관계자의 잘못을 엄히 다스릴 것은 물론, 근본적인 예방대책도 아울러 세워주기 바란다. 【정을병<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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