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고장나자 또 탈취…심문소난사하며서울로|수류탄든4∼5명 집중사격받고 쓰러지며 폭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백주 경인가도를 휩쓴 공포의2시간. 23명의 공군특수범들은 검문군경과 행인들을 가리지않고 「카빈」을 난사하며 서울에까지 들이닥쳐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들이 인천송도해안에상륙, 군경비장망을 뚫고 영등포구대방동 유한양행앞에서 자폭할때까지의 난동경위는 다음과같다.

<탈출상륙서…폭사까지>
"수하물건 위병에 우린 침투훈련중"

<송도∼인천>
이들은23일 낮12시20분쯤 실미도 근처서 새우잡이를하던 용유어협소속 순복호(6t·선주 조순원·35) 를 뺏어타고 송도옆 해안에 도착, 갯벌을 4㎞나 걸어나와 옥련동속칭 소두덕앞 육군모사단경비초소부근에 상륙했다.
수하물건 초소근무 김형운1병(22)에게 『우리는 혀빠지게 훈련을 받는데 너희들은 편하구나』『우리는 해상침투훈련중이다』라고 했다. M-2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이들은 김1병과 채석장 인부 몇이 보는앞에서 갯벌에 빠진 허리춤을 웅덩이에 씻고, 7,8분간 인원점검을하며 휴식했다. 이들이일어서서 야산을타고 하오1시쯤 조개고개앞 송도∼동인천사이의 도로에 나섰다. 한길에 나가기 앞서 떡행상여인으로부터 1천2백원어치의 떡을사먹고 2천원을 던져주고는 마침 승객8명을 태우고 인천으로 들어가던 경기영5-2373호 항도교통소속「버스」(운전사 임명오·30)를 가로막고 공포로 위협 발사, 모두 「버스」를 집어타고 1백m쯤가다가 초소로부터 통보를 받고출동한 최성기하사(24)의 제지를 받자 「카빈」을난사하며 3분간 고전,최하사와 전용하병장(25)을 쓰러뜨리고 달아났다. 이교전으로 놀러나온 부근 김화고씨(30)의 맏딸 은희양(3)이 총에맞고 숨졌으며 운전사 임씨가 오른팔에 관통상을 입고 이들중 4명도 총을 맞았다.
운전사 임씨에의하면 이들은『서울로 가자』, 『한국은행으로가자』고 위협, 임씨의 턱을 발길로 걷어차기까지 했으나 팔의 총상으로 더이상 「핸들」을잡을수 없다고 버티자 그중1명이 운전대를 잡고 나머지는 창문에 바싹 엎드려 총구만 내놓은채「버스」를 인천시내로 몰았다. 인천경찰서숭의파출소가 있는 숭의「로터리」를 두바퀴돌며 방향을 찾다가 경인국도로 차를 내몰아 인천가의 간석동 속칭 주원고개에 이르렀을때 교전에서 터진 뒷바퀴가 완전히 나가서고말았다. 지휘자인듯한1명이『4,5년만에 민간인을 처음 본다. 나라와 ○○○가 나를 배신했으니 너희들도 당해보라』며 승객들에게 총을 들이대고 차를 내려 공포 50여발을쏘며 날뛰다가 뒤따라온 태화여객 소속 경기영5-1681호 「버스」를 뺏어갈아타고 부평쪽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동안 사고를 새까맣게 모르고있던 경찰은 1시25분쯤에야 숭의파출소 부근에 있던 인천경찰서 「사이카」최재덕순경으로부터 『군인들이 공비한데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막연한 첫보고를 받고 기동대를 출동시켰으나 엉뚱한 경인고속도로 입구를 봉쇄, 허탕을 쳤다.
동인천경찰서 석남파출소앞에 서있던 「사이카」반윤창민순경(36)과 주광간순경(26)도 지나가는 「택시」운전사로부터 난동 「버스」신고를 받고 주원고개까지 추격했으나 이미「버스」는 달아난뒤.

<부평·소사>
난동자들이탄 「버스」가 부평을지나 소사읍내 중심가 부천경찰서소사지서앞에 이른것은 하오1시40분쯤.
지서강 박홍수경위가 본서로부터 『무장괴한들이 탄「버스」가 소사쪽으로 간다』는 긴급전화를받고 전직원의 집합을 지시하고있을때 특수범들은 막 지서앞을 통과하며 뒤따라온동인천경찰서소속 「사이카」김창원순경(30)에게 총을 쏘아 죽었다.
소사한복판을 순식간에휩쓸고간 난동자들은 읍에서1㎞쯤 떨어진 소사삼거리검문소에서 또 비상연락을받고 검문하러나온 유장희순경(35)을향해 4발을쏘아 유순경에게 중상을입힌뒤 서울로 달렸다.
오른손에 M2 왼손으로 운전
운전사굴러탈출…

<대방동· 노량진>
특수범들이탄「버스」가 오류동검문소를 통과, 문래동3가 방림방적앞길에 이른것이 하오2시5분쯤. 이들의 위협을 받으며 차를 몰고가던 운전사 정소영씨(38)가 방림방적앞길에서 교통이 혼란한 틈을노려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운전석옆 비상문을 열고 날쌔게 길바닥으로 굴러탈출했다.
운전사를 잃자 모두 살기가 등등, 분위기가 험악해졌으나 1명이 오른손에총을 든채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들은 민간인들을 창가에 붙여 방패로 삼은채 하오2시2분 영등포역을 지나고 영등포구청앞을 거쳐2시14분쯤 대방동 「로터리」에 이르러 막 배치를 끝내고 잠복중이던 노량진경찰서기동타격대 10명과 맞부딪쳤다.
이들은 「버스」를 대림동쪽으로 돌리려다 매복경찰관을 발견, 30여발을 난사하며 곧장 유한양행쪽으로 전속력을 내어 달렸다.
이때 유한양행앞에 매복한 경찰이 앞유리가 깨진채 달려오는「버스」를 발견, 공격을 시작하자 「버스」안에서 4∼5명이 수류탄을 빼들고 일어서는 것이보였다. 경찰이 일어선 특수범들에게 집중사격을 가하자 수류탄 4∼5발이잇따라 터지며 미친듯이 달리던 「버스」는 2백m쯤「지그재그」를 하다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췄다. 「버스」안은 죽은듯이 조용해지고 경인가도를 휩쓴공포의 질주는 여기서 끝났다. 이때가2시40분.
이날 대방동 「로터리」부근교전에서 노량진경찰서기동타격대 소속 이무부순경(33)이 오른쪽 다리에 관통상을입었고, 자전거에 채소를싣고가던 전진근씨(31·노량진동119)가 머리에총알을맞아 숨졌으며 폭발때 「버스」를 타고있던 민간인4명이 숨지고 11명이부상했다.
뒤늦게 하오3시40분 정내혁국방장관은 현장을 돌아보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