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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농촌소년들의 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7일 밤 서울시내 영등포 대 호 다방에서 일어난 두 10대 소년의 인질난동 살인사건은 광주대단지 사건과 함께 근래 보기 드문 대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농촌의 예비군무기고에서 총기를 훔쳐 상경한 10대 소년들이 3시간이나 인질극을 벌이던 끝에「카 빈」으로 출동경관가 행인을 사살한 이번 사건은 우발적이기는 하나 앞으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일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라고 하겠다.
10대 소년 2명의 범행동기는 극심한 가난에 시달려 농사에 싫증이 났고 울적해서 한 일이며,더 살고 싶지 않다는 자포자기로, 마을 무기고에서 총과 실탄을 훔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농촌의 가난한 젊은이들,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하곤 진학치 못하고 있는 소년들, 비료값도 옳게 나오지 않는 농사일을 거들고 있는 농촌청소년들, 좌절감과 욕구불만에 넘쳐있는 많은 도시청소년들의 존재를 인식할 때, 이들을 올바르게 선도하지 못하는 경우 앞으로 이러한 일들은 어디서나 반복될 가능성이 짙다할 것이다.
특히 마을마다 예비군용의 무기고가 있는 우리의 실정 하에서 그 관리를 소홀히 하여 무기를 도난 당하는 경우, 총기에 의한 난동사건이 연발될 가능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양 구에서 일어난 다방점거 사건 때와 진주에서 일어난 애인 인질사건 등등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무기고관리의 철 저를 촉구해 왔었다. 그런데도 이번 법인들은 운 학리 마을 분산무기고의 자물쇠를 깨고 침입하여「카 빈」2정과 실탄 4백여 발을 훔쳐낼 수 있었다고 하니 그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던가를 알 수 있다. 더군다나 도난 당 한 것을 알고서도 현지의 예비군당국자가 신속히 상부에 신고하지 않고 늑장을 부렸고, 경찰도 연락을 늦게 하여 수배를 게을리 한 것이 드러났다. 무기고관리에 있어 총기와 실탄은 분리 보 관하여 안전을 기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고 무기고 수비상황도 불충분했음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단적으로 증명됐듯이 무기는 경찰지서 등에 보관되어야지 마을마다 예비군소대마다 분산 보관하는 것은 위험을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대단지 사건 때에도 10대 소년들이 방화·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번 경우에도 10대 소년들이 이러한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은 그들이 만족할만한 생업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화전을 가꾸는 소년이며, 지나가는 고속「버스」나 기차에 돌팔매질하는 농촌소년이며, 무작정 상경하여 어느덧 폭력배 틈에 끼고 있는 소년들은 모두가 욕구불만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들에게는 국가적인 선도 책이 마련되어 직업과 건전한 오락의 기회를 주고 희망을 심어주는 대책 없이는 날로 팽창해 갈 불평과 불만 등이 축적되어 언젠가 폭발하고야 말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시에서 청소년들의 폭력사태가 빈번한 것도 주로 빈부의 격차와 생업에 대한 불안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농촌청소년들의 폭 악 화도 농촌과 도시의 문화생활·경제생활의 심한 격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라디오」나 TV를 통하여 서울이나 대도시 청소년들의 광란 상이며, 피서지의「레저·붐」들이 보도되고 있는데 땀흘려 일해봐야 장래에 대한 밝은 희망이 없다면 언제가 기회만 있으면 그들의 불평과 불만은 폭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에 이들 불우한 청소년들의 욕구불만을 해소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은 당면한 국가적 과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의 모든 지도층 인사들은 청소년들이 품고 있는 팽배된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제반대책을 강구하여 그들의 저력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도록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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