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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의 핵으로 가는 법가|사법 파동…각계 인사의 마무리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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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법 파동은 파동 7일째 들어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고비에 들어섰다. 신직수 법무장관이 현직 판사 독직 사건을 불기소 처분키로 발표한데 이어 민복기 대법원장도 대법원 판사 회의의 결의에 따라 행정부의 수반인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검찰에 의한 사법부의 침해 사실을 알리고 사태 수습을 건의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문제 해결의 방향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는 느낌-.
이제야 사법부나 검찰은 지금까지 「감정적 대립」이라는 인상마저 준 과열된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좌의 입장에서 사태 수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파동은 오래 누적돼온 법가의 병폐를 고치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진정 이번의 사법 파동을 합리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없는가. 있다면 어떠한 차원과 제도로써 해결할 수 있겠는가-. 총합적인 의견을 관심 있는 인사들로부터 들어 수습 방안으로 제시해 본다.

<사법부 예비 독립 필요>
무엇보다도 사법권 독립에 대한 보강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행정부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행정부의 수반인 박 대통령의 단안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민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방문, 사태 수습책을 건의할 것이므로 잘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는 실질적인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는 사법부의 예산 독립이 필요한데 이 문제는 입법부에 건의할 문제로 대법원 판사 회의에서도 논의됐다.
이번 파동에 관련된 검찰 관계자의 인책 문제 등은 지엽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다.
또한 사법부가 명실공히 국민의 신망을 얻도록 자숙 반성하여 부끄러움 없는 사법부를 재건해야 할 것이다.

<법원·검찰 서로 아껴야>
대법원 판사 회의가 우리의 건의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 것에 용기를 얻었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본다.
실질적인 사법부 독립 문제는 누가 보장해준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인 보장보다는 실제로 이를 운영하는 당무자들의 솔직한 자세가 기대되어야 한다.
이것은 법관에 대한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아니다.
국가적인 견지에서 검찰과 법원이 서로를 아끼고 감싸주는 양식이 발휘되어야 한다.
특히 사법부는 깨끗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나게된 원인도 사법부 예산이 적어 출장비 등이 현실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관들은 흙 한 점 묻지 않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며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예산 등 제도적인 면에 협조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정풍운동 철저히 해야>
①전 법관은 사명감과 각오를 새로이 하고 정풍운동을 철저히 할 것 ②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를 소홀히 하지 말 것 ③사법 제도 개선 심의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하급 법관을 참여시켜 문젯점을 수시로 공표하고 시정을 기할 것 ④형사 재판이나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소송 사건에서 국가나 검사의 자의성을 견제할 수 있는 대법원 세칙을 마련하여 그 이율적 시행을 다짐할 것 ⑤검찰 위원회 제도를 창설하여 검찰권을 적절히 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검사도 위법 부당한 지시에 복종하지 말 것 ⑥행정부는 검찰을 정권의 사병으로 여기거나 부당한 지시를 하지 말 것 ⑦국회에서 진상 조사를 하여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 ⑧검찰과 경찰 사무에 대하여는 정기적으로, 또 자주 국정 감사를 실시하여 인권 유린과 권력 남용이 없도록 견제할 것.

<법관 임용 자격 높이길>
법관은 헌법 규정에 따라 검사보다 상위 기관이므로 국민들의 신망을 높이기 위해서도 법관의 임용 자격을 검사나 변호사 보다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인 보강 이외에 검찰 당국자들이 진심으로 사법권을 보호해야 된다는 겸허한 결의를 보여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빚은 법원·검찰·변호사들에 대한 인책도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들이 사법부의 판결이 공정하다는데 의심을 갖지 않게 하려면 법관이 신망을 잃어서는 안된다.
이에 관련해서 사법부는 더욱 자숙, 한 점의 흙도 묻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판·검사 인격 교육 절실>
첫째 판·검사의 인간적인 바탕이 개선돼야 할 일이다.
①사법고시 합격-사법 대학원 수료-판·검사 임명이라는 현행 제도를 고쳐 인격의 도야, 풍부한 사회적 경험을 쌓은 뒤에 임명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것 ②지금까지 통례로 되어 있는 검사의 구형과 판사의 양형간의 큰 간격을 메우기 위해 양측은 노력할 것 ③검찰은 자기 본분인 법령에 의한 공정한 범죄 수사 및 공소 제기, 법원은 법령에 의한 공정한 심리 및 판결에 각각 전념하고 상호 견제나 간섭을 배제할 것.
둘째 사법외적인 문제로 ①어떤 사건에 있어서나 검찰과 법원에 대한 행정 내지 정치적 간섭을 배제할 것 ②판·검사의 보수를 대폭 인상하여 최소한의 생활 보장책을 강구할 것.

<사건 백지화도 납득 안가>
민주주의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국민 인권의 보장이다. 이를 위해 사법 제도의 민주화 보장 즉 법치주의가 확립되어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국민 생활의 사법화가 확보되어야 한다.
검찰이 독직을 이유로 현직 판사를 입건, 기소하려는 저의를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국민은 사건의 백지화를 공표한 검찰의 수습 방안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과 법원간의 감정의 완화 내지 화해가 이번 사태 해결의 실마리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현 단계에 있어서 법원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사명감을 다시 한번 절감하여 스스로 사법권의 독립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자주적으로 마련하여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라.

<과감한 수술로 발본색원>
이번 사법 파동은 사법부와 검찰 양측의 치부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은 대기오염처럼 사회의 양심과 기강이 오염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부정부패 척결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졌지만 아직까지 미온적이어서 기대가 꺾인 듯 했는데 이번 사법 파동을 패기로 과감한 수술을 하는 결정적인 개혁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이런 뜻에서 법원과 검찰 측의 책임자가 정치·도의적인 책임을 지며 물러나고 새 사람이 들어서서 신풍을 일으켜주는 것이 좋겠다.
또 행정부 최고 책임자는 이번 파동이 지금까지 입법·사법부를 시녀시하고 행정부가 독주를 해왔기 때문에 빚어진 것임을 자각, 압력과 실권 행위를 삼가야할 것이다.

<높은 차원에서 수습해야>
입법·사법·행정의 「트로이카」가 균형과 조화를 이뤄 달려야겠다는 평소의 걱정이 그대로 들어맞은 불행한 사태이다.
몇 년 전 어느 외국인이 다녀가면서 사법부를 믿기 어려워지면 사회 전체가 질서를 잃고 만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이번 파동에서 나타난 것을 보면 정말 법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인간을 아끼고 법에 대해서만은 일정의 의혹도 없이 믿을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
검찰은 인권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을 하고 대통령은 사법부의 독립과 자주성을 보강한다는 높은 차원의 약속을 해서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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