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다음은 지난 20일 동안 북괴를 방문한 「필리핀」기자가 AP통신에 특별 기고한 북한 실정에 관한 기사이다. 이 「필리핀」기자는 금년 초에 중공도 방문한 일이 있으며 북괴의 전쟁준비상, 북괴의 대 중공 및 소련관계도 언급하고 있다. 【평양28일AP=본사특약】
북괴는 전쟁준비상의 노출을 그리 꺼려하고 있지 않다. 평양으로 이르는 주요 도로주변에는 차량검문소가 즐비하고 교량에는 통행인을 검문하는 초소들이 많다.
그리고 시내에는 제복을 입은 장교와 사병들이 흔히 눈에 띄었다.
평양 주변의 산들에는 강철문으로 굳게 닫힌 터널들이 산재해있으며 이것은 아마도 대피호인 것 같다.
내가 목격한 북한은 문자그대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싸울 준비를 갖추고있는 요새와도 같이 보였다.
북괴의 이른바 「조국평화통일중앙위원회」의 역원들을 포함하여 북괴관리들은 본 기자에게 전쟁이 언제 어느 때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의 부위원장이라고 하는 사람은 북한은 자신을 방위하고 『남부를 해방』시킬 준비가 되어있다고 호언했다.
북한 안에는 정규군 이외에 민병대·성인 예비군·청소년 예비대·부녀예비군이 있으며 군사훈련은 의무적이다.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각자는 어디서, 어떻게 무기를 얻어야 할지를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북괴에는 전쟁구호와 전쟁 준비로 가득 차있다.
미국·소련·중공의 보다 우호적인 관계가 북괴에도 파급되리라는 생각을 배제라도 하듯이 북괴의 한 관리는 『우리 나라 문제가 첫째고, 공산주의는 그 다음 문제라』고 공언하고 있다.
공장탁아소의 어린이로부터 김일성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미국의 조종으로 남한으로부터의 「침략」이 계획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괴는 여러 달이래 소련을 멀리하는 대신 중공에 보다 가깝게 의존해왔지만 앞으로 있을 「닉슨」대통령의 북평방문이 북괴 측의 태도완화를 가져오리라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중공은 분단한국의 문제가 미·중공간의 관계정상화에 한 장애가 된다고 말한바있다.
북괴는 옹고집은 현실적으로는 모든 문예·영화·연극물에 그대로 나타나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천편일률로 미국과 한국이 전쟁을 준비해 왔으며 괴뢰군은 항일전에서의 김일성도 당처럼 남한에서 「해방군」으로 환영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물관에 가 보아도 미국과 일본에 대한 맹렬한 증오심을 고취하는 것으로 꽉 차있다. 「해방전쟁기념박물관」이나 신천에 있는 박물관에는 일본통치와 한국전쟁 때 저질러졌다고 하는 잔학행위에 관한 전시품들이 방마다 가득 차있다. 북괴와 세계혁명세력에 의한 미국의 패배를 나타내는 선전간판들이 평양과 미 해군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납치 후 예인된 해안도시 원산도처에 나붙어있다.
통역을 맡았던 「신용선」이란 자는 3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현재도 군에 적을 두고있었다.
그는 판문점에 갔을 때 경비를 맡고있는 미군에 돌을 던지라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꾀었다. 어린애들도 하얀 피부·파란 눈은 무조건 미워하도록 훈련되어 있었다.
북괴는 자신의 방위태세가 다른 공산국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일성이 천명한 노선 때문에 정치적 독립은 하나의 국가적 필요물로 되어버렸다.
소련의 영향권 밖이라는 사실은 담박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예컨대 노총의 한 중앙위원은 내년에 소련의 주관으로 열릴 예정인 세계노동조합총회에 북괴가 불참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그는 주 의제가 ①미국 및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반대하는 내용일 것 ②모든 사회주의국가들이 대표단을 보낼 것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북괴도 참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건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의 것들이다. 반미·반일의 「테마」는 차치하고라도 중공 및 몇몇 공산국의 불참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북괴와 소련 사이에 틈이 생긴 것은 대체적으로 69년 말∼70년 초에 소련의 주재로 열렸던 해양관계회의에서 북괴가 탈퇴할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때까지 소련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은 없고 냉냉한 분위기만 감돌고있다.
한편 북평과의 관계는 뜨거워져왔다. 한·만 국경을 찾은 방문객들은 한국 동난 때 보여준 북괴와 중공간의 우호를 대표하는 전시물에 관해 말하고 북괴·중공간의 협조를 상기시켰다.
북괴집단의 빈객들은 소련을 거쳐 평양으로 오는 도중 아무런 특별배려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북평을 경유해 오는 빈객들은 중공과 북괴 대사관으로부터 귀빈대우를 받았다.
김일성이 모택동의 노선을 엄격히 따를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북괴의 한 관리는 노골적으로 자랑스런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소련인도, 중공인도, 중국인도 아니다. 우리는 조선인이다.』편집자주>
비 기자가 본 북한 20일 베네딕토·S·데이비드기|압록강 남안에 해빙징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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