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저 좀 관리 해주세요”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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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기자] 도시형생활주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심 슬럼화를 조장한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유는 이렇다. 타일ㆍ유리창ㆍ방충망ㆍ도색 등 찢기고 깨지고 벗겨지는 등 일부 도시형생활주택의 시설물이 낡아가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이 선보인 지 5년째에 접어들었다. 이 기간이면 건축물은 흔히 유지ㆍ보수가 시작되는 시기니 파손이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리를 위해 유지ㆍ보수비를 걷어야 하는데 도시형생활주택엔 세입자들뿐 집주인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가구별로 주인이 제 각각이라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고 관리사무소까지 없다 보니 파손된 시설이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정부 때 증가하는 1~2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9년에 소형 주택인 도시형생활주택을 보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당시 승인절차나 건설기준이 엄격한 주택법과 건축법을 간소화하는 등 관련법 적용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2009년에 1688가구에 그쳤던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은 2010년 2만529가구, 2011년 8만3859가구, 지난해엔 12만3949가구로 급증했다. 2009년에 도입된 뒤 올해 5월까지 총 25만9659가구가 공급됐다.

공동주택 관련법은 300가구 이상이거나 중앙집중난방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150가구 이상은 관리사무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공동주택에 해당하지만 도입 당시 150가구 이하로 건립이 추진되면서 관리사무소 설치 대상에서 빠졌다. 공용시설 교체ㆍ보수에 필요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의무적으로 걷어야 하는 공동주택 범주에서도 제외됐다.

관리 업무 강화할 방안 마련을

더 큰 문제는 50여 가구 안팎으로 지어진 소규모 도시형생활주택이다. 10가구 정도여서 의견을 모아 문제에 빨리 대응하는 다세대주택이나 다가구주택과 달리 도시형생활주택은 의견을 모으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단시간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한계치를 벗어나기 때문에 소규모라지만 나름 관리사무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게다가 새 정부의 행복주택 건설 계획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은 찬밥 신세로 떠밀리고 있다. 행복주택은 장애인ㆍ대학생ㆍ신혼부부ㆍ사회초년생 등 초기 주택 마련에 부담이 큰 계층을 대상으로 보급하는 공공주택이다. 정부는 철도부지 등 놀고 있는 공공부지에 5년 동안 행복주택 20만 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임대료는 시세의 50~70%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의 속앓이는 더 커졌다. 1인 가구 증가, 도심 접근성, 역세권 입지 등을 앞세워 풍부한 임대수요를 누릴 거라던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 공급과잉 탓에 수익률이 주저앉아 수요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또한 전용 30㎡이하인 초소형 규모여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조차 외면 받으며 경쟁력을 잃고 있다. 더구나 경쟁 대체제로 떠오른 주거용 오피스텔이 정부의 지원 혜택까지 받으면서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관리의 허점을 해결하는 한 방안으로 업계에선 시공사와 시행사의 관리사무소 설치ㆍ운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또한 관리 업무를 임대주택관리 전문업체에 맡기거나 기존 부동산중개업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동자치규약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역할을 담아 주택 관리에 필요한 활동을 정기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 필요해서 만들었으니 이젠 제 기능을 발휘되도록 손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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