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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걸리지만 "대화"가 지름길|백두진 의장 의정의 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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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의장의 중책을 맡으니 너무 무거운 사명감에 짓눌린 심경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살려 민주방식에 의해 민족총화를 이룸으로써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2의 최후의 봉사」를 다짐하는 신임 백두진 국회의장의 취임소감과 앞으로의 구상은 막힘이 없다.
『국회운영의 지침이라면 최선의 노력뿐이라고 봅니다. 대화를 해야하고 설득에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타협점이 나오리라고 확신합니다. 진부한 듯 하나 이 길이야말로 상식이며 진리입니다.』
「대화하는 의정」을 다짐하는 백 의장은 『그래야만 8대의 균형국회가 과거의 극한 대립을 탈피하여 모든 것을 이성과 토론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장을 긋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6일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백 의장은 박 대통령 예방, 국회 개원식, 국립묘지 참배, 김종필 총리주최 여야의원 「리셉션」에 참석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분망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엔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토론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러다 보면 비능률적인 국회가 된다는 걱정도 있지만 총무회담과 연영위원을 잘 활용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60년 4월19일전의 상황과 지금은 달라 여야의원들간에 얘기가 잘 통합니다. 나도 고물이라서 야당에도 많은 지인이 있으니까요.』야당의원들과의 친분을 특히 강조한데는 그가 야당 안에 친분이 별로 없어 의장으로서 영향력 행사가 쉽지 않으리란 일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했다.
국회의장선거에서 야당의 86표 중 최소 11표가 자기를 지지한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않는 백 의장은 『11표뿐 아니라 야당의원 모두가 지지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러기에 사명감도 더 크다고 했다.
경제·외교통으로서의 그의 경력답게 백 의장은 8대 국회의 과제를 국가의 안위와 민복으로 요약했다.
『격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도 아직 적화통일의 교조적 야욕을 버리지 않는 북괴집단과 불과 수 십리를 사이에 두고 무력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우선 직관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공산당한테 신탁통치 문제, 6·25직전의 조만식 선생 교환문제, 정전 후 통한문제에서 3번 크게 속았다는 경험을 들어 지정학적으로 우리 나라가 처해있는 환경을 생각 않고 국제조류의 피상적 관찰에서 오는 오판을 특히 경계했다.
백 의장은 민복을 위해서 국회는 정부의 경제계획과 제안 안건에 대한 의원들의 철저한 「체크」와 공부가 필요하다면서 『회기 말에 무더기 처리하는 과거의 폐풍을 일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방자치제·선거제도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 백 의장은 「미디에이터」(중재자)로서의 입장을 강조하면서 『제도에 차선의 방법은 있으나 최선은 있을 수 없으니 앞으로 연구해볼 과제』라고 직접적인 「커미트」를 피했다.
앞으로 국회와 정부의 관계는 『입법부가 권리 위에 잠을 자면 권위가 떨어지고 그렇다고 기능상 행정부를 몰고 가도 안되는 만큼 권위 있는 견제로 주권재민의 실을 거두어야 한다』고 했다.
『양심을 속이지 말자』는 것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있다는 백 의장은 자신의 국회에서의 위치에 대해 「트라이·투·비·뉴트럴」(중립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이라며 「맨션·아파트」자택 응접실을 물러났다.<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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