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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권시대의 서막(1)|제1주역 키신지 외교구도-미, 중공 해빙의 주도자들과 주변의 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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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미 대통령의 북평 방문이 예시하고있는 미·중공관계의 해빙전망은 그것이 잉태하고있는 갖가지 가능성으로 미뤄보아 세기적 대 사태 진전이다. 그것은 적과 동지의 개념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는 소극적 의미에서부터 세계질서를 사상적 기준에서보다 현실적 협의기준으로 재편성하게될 전망에 이르기까지 실로 「혁명적」·잠재력을 품고있다. 이 시리즈는 이처럼 폭넓은 움직임의 파문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닉슨 미대통령의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이자 「닉슨」외교정책의 배후주역인 「헨리·키신저」박사가 말하는 미 외교정책은 명확하게 규정된 미국이익을 바탕으로 한 「외교이념의 정립」에서 시작된다. 그는 어떤 위기가 밀어닥칠 때마다 일정한 패턴으로 이에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외교이념이 전후 외교정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그 결과 지금까지 미국은 장기전략이란 곧 최대의 군사력에 있다고 착각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자신의 거대한 힘 때문에 멸족한 공룡의 예를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플브라이트 상원외교위장이 말하는 것과 같은 「힘의 오만」보다는 변천하는 현실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신축성의 결여라는 수세적 입장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약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그는 60연대이후의 세계를 그전 세계와 구별해서 보고 있다. 그 구별 점으로 ①현대는 군사적 양극화 체제아래 정치적 다극화 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②1세기동안 구 세계에 안정을 제공해 온 국제조직이 파괴 된 후 이를 잠정적으로 대치했던 양 대국 체제도 끝났고 ③핵무기의 파괴력이 증대할수록 이 파괴력은 정책수행의 압력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줄어들고 있다 ④2차대전 후 수십개 신생국가가 탄생하여 정치적 합법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혁명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이 지향해야할 목표는 지금까지와 같은 미국주도권하의 세계질서가 아니고 2대강국의 월등한 군사력을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다변 체제를 구성하여 안정을 구축하고 다극화세계의 창조력을 유도』하는데 있다고 대통령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되기 직전인 68년 여름에 쓴 논문 『미국외교정책의 중심문제』에서 키신저는 주장하고있다. 『주도』대신 『유도』를 강조한 이 같은 주장은 세계전역에서 군사·정치공약으로 소위 「세계 경찰역」을 도맡아온 50년대 이후의 미국외교정책과 날카로운 대조를 이룰 뿐 아니라 닉슨 외교의 골자가 되고 있는 분쟁지역 당사국의 자체 부담증가원칙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것이다.
최근의 급격한 대 중공 접근정책으로 발전한 현실외교의 씨는 키신저의 소위 국제정치 『구조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그는 국제정치상 긴장이 조성되는 것을 일부 지도자의 사악한 의도나 근시안적 관점 때문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각국의 정책 수행 상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갈등의 관점에서 보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모스크바」의 강온 경향의 반복은 모스크바 내의 강경파 또는 온건파의 승리로 결정된다고 보기 보다는 혁명을 끝마치고 공업화까지 어느 정도 달성한 공산정권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외부압력으로 정당화시키려드는 구조적 이유 때문이라고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이점에 관한 그의 견해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는 주역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또 주역의 선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심오한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
따라서 그가 전개하는 안정 된 국제평화는 즉흥적인 위기의 해소에서가 아니라 『모든 주요국가들이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기본적 국제 질서의 확립』에서 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50년대에 미국이 조직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남아조약기구(시토), 중앙조약기구(센토)가 19세기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군맹이 효과적이기 위해서 그는 ①공동위협에의 대처와 같은 공동목표를 가져야하고 ②최소한 전쟁원인에 동의할 수 있을만한 정책상의 공통점이 존재해야하며 ③공동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할 경우 어느 정도의 기술적 협조의 가능성 ④협조를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응징을 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이 존재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 네가지 기준에서 볼 때 「나토」이외의 모든 군맹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으며 최근에 와서 유엔이 강력해짐에 따라 나토에서까지 무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토」의 경우 미국과의 군맹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미국 측의 지나친 주도 성 때문에 이 기구의 자발성을 둔화시켰다고 보고 그는 「나토」군사령관이 유럽인으로 교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닉슨·독트린」의 초기 개념으로서 그는 미국이 앞으로 지역기구를 지원할 때는 해당 지역기구가 그 지역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져야하며 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전체 세계질서의 테두리에 유의해서, 결정되어야 하고 또 미국의 개입이 결과에 확실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때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중도노선을 걷고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키신저의 외교이론은 사실 면밀히 계산 된 실리외교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그러한 실리가 실제 정책면에서 미국이익의 범위는 대체적으로 현상고정하고 미국군사력 (재래식)의 개입도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 내재한 모순이 오히려 핵전의 위험을 증가하지 앉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앞서 57년에 그가 집필한 『핵무기와 외교정책』이라는 책에서 그는 『제한된 핵전은 제한된 범위 안에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라고 주장, 동료들로부터 「스트레인지러브」박사 (핵전의 가능성을 비정하게 전개한 영화의 주인공)라는 핀잔을 받았으며 그 뒤 그는 이 주장을 철회했다.
그러나 핵전 위험은 「키신저」외교의 구조론이 강대국 이익과 마찰하는 정도만큼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핵전 가능성이 키신저의 냉철한 계산으로 줄어들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다. <장두성기자>

<차례>
①제1주역-키신저 외교구도
②제2주역-주은래 외교
③3극의 인력-미, 소, 중공
④일본의 방향모색
⑤파문의 주변
⑥구주 긴장완화와 독면-미, 중공 접근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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