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의 이틀…신민당이 뽑히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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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틀에 걸친 3차 투표의 치열한 경합 끝에 김홍일 당수가 탄생한 순간 경합했던 김대중씨는 단상에 올라가 축하악수를 했고, 양일동씨는 화경을 걸어주어 질서 있는 투표와 함께 표에 승복하는 전통을 과시했다.
김 당수는 당수 수락연설을 끝낸 뒤 김영삼 이철승 고흥문씨 등 그를 밀었던 범주류 간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고 대회장은 요란한 박수가 계속됐다.
그러나 1차 투표 후 김대중씨 사퇴 설에 흥분, 시민회관으로 난입했던 김대중씨 지지 청년들이 21일 김씨 패배가 알려지자 시민회관 뒤쪽에 몰려 난입하려고 유리창을 부수고 김홍일 당수 사진을 찢는 등 소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관대로 대 회장인 시민회관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2차 투표에서 김홍일씨가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범 주류는 예상외로 15표가 모자라자 산회와 더불어 뉴 서울·호텔에 각 파 보스들이 모여 3차 투표대책을 협의 이들은 양일동씨가 2회에서 얻은 1백 11표 중 반은 진산계 표라고 보고 이를 21일 아침까지 개별격파하고 이미 얻은 4백 25표를 지킨다는 작전을 세웠다.
20일 하오 대회가 산회된 뒤 김대중씨는 곧바로 임시전략본부인 「뉴 코리아·호텔」 1212호실로 돌아와 몇몇 참모들외 외부 사람들과는 접촉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
첫날의 표가 예상했던 하한선에서도 1백20여 표나 적었는데 대한 타격이 컸던지 고혈압에다 지난 총선거 때 차 사고로 입은 상처까지 악화돼 긴 시간 주치와 물리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하오8시 성북동의 대원각에서 양일동씨와 만나기로한 약속을 취소하고 정헌주, 윤길중씨를 대표사절로 보내곤 8시쯤 『투표 결과를 보고 나 개인의 당락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치 못한다』는 성명서를 돌렸다.
김대중씨의 참모진도 예상외의 저조한 득표를 놓고 심각한 자가 비판이 있었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이 가려낸 패인은 ①비주류 대의원이 선거 기간 중 20여명 떨어져 나갔고 ②자금사정이 범주류에 비해 좋지 않았으며 ③비주류보다 숫자가 많은 범주류의 현역의원들이 적극적인 득표작업으로 계보 이탈을 방지했다는 것 등.
2차 투표결과 초점은 김대중씨와 양일동씨의 연합전선이 다시 구축되느냐에 쏠렸다.
그것은 당 의사 규칙에 제38조7항에 따라 3차 결선 투표엔 최고득점자와 차점자만이 대결할 수 있게 되어 있어 3위를 한 양 일동 씨는 자동 탈락케 됐기 때문.
20일 밤 8시께 시내 D요정에 양 일동 씨와 윤길중 정헌주씨 (김씨 측)가 3자 회담을 열고 제휴를 모색.
전씨 측은 의사규칙을 내세워 양씨에게 양보를 요청했으나 양씨는 오히려 김대중씨의 사퇴를 요구하여 결렬됐다.
김대중씨 측은 양씨와의 협상을 계속하면서도 협상이 성공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대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고 했다.
그 까닭은 양씨가 2차에서 받은 1백11표 중에는 구 진산 계 표가 반 이상이고 이 표는 양씨가 김씨 지지를 지령해도 주류 쪽으로 끌려간다는 것. 그래서 일부 참모들은 오늘 밤 비상수단을 동원해서 주류에 간 4백25표 중 50표 이상을 뺏어 오거나 1백 표 가까이를 지방으로 내려 보내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분석대로 전씨 측과 양씨 측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 양씨 측의 이 충환 최용근씨 등은 주류와 손잡았고 진산계의 김의택 이민우 신도환 유치송씨 등이 양씨 측 대의원의 개별 격파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속속 들어왔다. 이래서 김대중씨 측 참모들은 범주류 침투에 밤을 지샜다.
김씨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19일 밤에 이어 이날 밤에도 충남·북 전남·북 대의원들이 투숙한 여관을 순방했고….
2차 투표 결과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양 일동 씨는 대회가 끝난 후 광일 빌딩의 사무실과 뉴 서울·호텔에서 참모회의를 열고 끝까지 사퇴 않고 싸울 것을 다짐했다.
양씨는 대회 후 『연합세력이 나 때문에 혼이 났을 것』이라면서 『무릎을 꿇고 사정하면 만날지 모르나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21일 속개대회에서 의사규칙에 따라 양씨에게 던져지는 표는 무효라는 설명이 공식으로 있었으나 ①투표는 대의원의 자유의사에 맡긴다 ②그러나 표의 시위는 계속한다는 자파 행동지침을 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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