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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의 별명에 위장된 과거-전과로 얼룩진 박원식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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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백2만원의 현상금이 걸렸던 권총 강도 살인범 박원식(38)이 부산한독약국 인질사건이 있은지 21일 만인 19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관현 1동에서 붙잡혔다. 경찰 수사망을 비웃듯 지능적이고 교활한 변장술로 잠적했던 박은 거의 예측하지 못했던 곳에서 잡힌 것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하고 있던 박의 연고지는 39군데 (부산 서부 경찰서 조사로는 1백6군데)이름도 7가지나 되며 많은 여인을 첩으로 거느리고 있는 그는 절도·강도 등 전과로 얼룩진 과거를 지니고있다.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온 그의 주변은 베일에 가려있어 정확히는 알기 어렵다.
박의 고향은 경남 김해군 이북면 정동리 법곡 부락695.
현 주소지에 20만원 짜리 전세방을 얻어 그의 어머니 김돌희 노파(64), 처 김춘자씨(30) 딸(2) 등 세 식구를 살게 하고 그는 거의 외박, 한 달에 한 두번 나타나 생활비로 1만5천 원씩을 집에 갖다 주었다 한다.
경찰 조사로는 박은 33년3월29일박모씨 (75·사망)의 2남으로 태어나 먼저 죽은 형 대신 호적상속자로 되어있다. 박의 아래로는 3남(34)누이 둘(32·20)과 4남(24)이 입적돼 있다. 4남은 53년에 죽은 것으로 돼있으나 3남은 주민등록신고도 없이 행방불명 된 것으로 호적에 기록돼 있다.
박의 이름은 본명 외에 박태동 김창식 등 7가지. 본적지에서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 14살부터 대구, 부산 등지로 떠돌아다니며 식당·잡화상의 종업원 노릇을 하다가 15살 때 당시의 국방경비대에 지원 입대했다.
16살 때 아버지를 잃었고 20살 때 군에서 제대 한 뒤 직업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22살 때 절도죄로 대구지법 영덕지원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복역했고 24살 때 김천지원에서 역시 절도죄로 2년간 복역한 뒤 출감. 개가한 어머니가 생활이 어렵자 강원도 묵호로 갔다.
이곳에서 20대 불량배를 모아 강도단을 조직. 항구를 돌아다니며 강도질을 하다가 잡혀 59년8월24일 7년 징역선고를 받고 복역, 64년에 감형으로 출감한 사실이 나타나 있을 뿐이다.
박은 어렸을 때 고향에서 벙어리인 돈 많은 집 딸과 결혼했으나 곧 헤어지고 많은 여자관계를 맺어왔다.
여자들에게는 확실한 직업을 대지 않고 『밀수를 한다』 『일본에 갔다온다.』는 등 적당한 말로 얼버무리며 한번 점찍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복한다는 것.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것만도 함께 밀항하려다 부산시 서구 암남동 문덕효씨(62) 집에서 잡힌 첫째 첩 김희구지 여인(28·다방마담출신·구속), 둘째 첩 문행자 여인(26·술집접대부출신·구속) 등 3명의 첩이 있었고 전남보성군에 사는 성공자양(23·가명)이 부산 영도구 남항동 은하수다방 「레지」로 있을 때 박의 애인 놀이한 것 등이 나타나는 등 많은 여자관계가 있었다. <남상찬기자>
▲30일 하오5시30분=부산시 서구 암남동11통 8반 앞 대나무 밭에서 수색 중 김정호순경(35)이 부상, 공범 김진수, 문형자 등 6명 검거.
▲7월1일 상오1시35분=부산 서부경찰서 정진도 순경(28)부상.
▲2일 상오=부산시경이 박을 현상수배(현상금20만원 1계급 특진).
▲3일 하오7시30분=경찰은 박이 갖고있는 권총이 구경3.2㎜이하의 호신용 소제권총이며 남은 총탄은 39발이라고 발표.
▲7일=박 등이 밀항하기로 했던 대동호의 선주 공양호씨 검거.
▲8일 상오10시=미「히야리아」부대의 군용견10마리로 장군산 일대수색.
▲8∼10일=법인의 연고지 수사를 병행.
▲11일 상오5시 15분=대구시 비산동 진기춘씨(46) 집에 나타나 진씨 부인 김도금씨(40) 사살.
▲15일 상오9시10분=경북 금릉군 봉산면 복전동 경부선 태령「터널」남쪽1백m지점에서 선로수 정용남씨(30)가 「권총괴한」을 발견했다고 신고함으로써 군·경·예비군이 김천일대의 수색 개시.
▲15일 상오10시=금릉군 봉산면 덕천동 근처 속칭 점토굴 앞2백m길에서 계곡 쪽으로 수상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조병주군(16·성심 재건 국민교 3)이 발견했다고 신고.
▲15일 상오11시=금릉군 봉산면 태화동 뒷산 속칭 까마귀 산에서 박태하씨(58·황산면 태화 2동)가 괴한을 발견했다고 신고.
▲15일 상오=추풍령 휴게소 근처 소류지에서 목욕하던 김기수씨(44·봉산면)가 국방색 바지차림의 괴한을 발견했다고 신고.
▲18일 새벽=충북 영동군 상촌면 흥덕리 이광식씨 집에서 밥이 없어졌다고 신고.
▲19일 새벽=경북 예천군 예천읍 우계동 안흥근씨(70)집에서 쌀밥 한 그릇과 밀짚모자·흰 고무신 한 켤레 등이 없어 없어졌다고 신고.

<추적 21일>연고지 감시 소홀로 전국적인 수사망 확대...연 5천명 동원
살인강도 박원식(38)은 군·경·예비군 1천 여명이 경북 금능군과 충북 영동군 등에서 수색 전을 펴고 있는 동안 포위망에서 50㎏나 떨어진 경북 예천에서 잡혔다.
박은 지난 20일 동안 부산∼대구∼금능∼예천에 이르는 1천여 리의 도피행각을 하면서 경찰의 포위망을 뚫은 끝에 엉뚱한 곳에서 예비군에 잡히고 만 것이다.
경찰은 박이 지난6월29일 상오0시10분쯤 부산한독약국에 권총을 들고 침입, 종업원 이 갑수군(19)을 인질로 현금65만 원을 빼앗아 달아났을 때도 사건발생 16시간 뒤인 이날 하오4시쯤에야 신고를 받고, 그보다 24시간이 지난 30일 하오에야 박이 이 군을 가두어두었던 송도 암남동을 덮쳤다.
이날 밤 암남동 일대에 포위망을 편 경찰은 이군의 인도로 박의 잠복 장소인 암남동 첩 집을 덮쳤지만 강도공범과 일본밀항 공모자 4명만 잡았을 뿐이었다.
경찰은 8시간 뒤 동네아낙네의 신고를 받고 맨발의 박을 발견, 김정호 순경(35)이 박을 2m거리까지 쫓았으나 박은 김 순경에게 권총 4발을 쏘아 상처를 입히고 달아났다. 이때 주위에 있던 경찰관들이 달려갔으나 박은 또 권총을 난사, 정진도 순경에게 흉부 관통상을 입히고 자취를 감추어버렸었다.
부산범행 12일 만인 지난11일 상오 박은 대구시 비산동4구 진기춘씨(46) 집에 나타나 진씨의 아내 김도금씨(40)를 쏘아 죽이고 달아났다. 이때까지 부산의 곽을 봉쇄하고있던 경찰은 완전히 허탕만친 꼴이 되었다. 진씨는 부산 한독약국주인 김씨의 매부로, 박과는 원한 관계가 있어 경찰에서 1차 적으로 착안했어야할 연고자인데도 경찰은 감시를 소홀히 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았던 것이다.
경찰은 약30분 뒤에 비상망을 폈지만 부산에서처럼 박은 놓치고 말았다. 이때부터 경찰은 전국적인 수사망을 펴고 박의 체포에 1백2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그 동안 경찰은 전국39개소 박의 연고지 수배, 대구 중심의 집중 수색, 서울을 비롯한 전국 교통요지의 비상경계를 폈지만 박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 동안 서울에서 만도40여건의 시민 신고가 접수되는 등 경찰수사는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수색에 나선 경찰과 예비군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동안 지난15일 상오 경북 금릉군 봉산면 황학산에 박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괴한이 나타났다는 주민의 신고가 있었다.
경찰은 이때부터 박의 도주로 와는 정 반대편인 해발1천1백11m의 황학산을 포위, 금천∼봉산∼황학산을 누비며 박의 뒤를 좇고 있었다.
수색본부는 그 동안 연5천여 명의 군·경·예비군을 투입, 수상한 자를 발견했을 때는 무조건 발포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이 포위망을 삼도봉까지 넓히고 수색작전을 지리산으로 벌이려 할때 박은 엉뚱하게도 예천에서 잡히고 만 것이다. 첩첩산중에 군·경·예비군을 투입, 5일 동안 엉뚱한 곳에서 거창한 포위망을 펴오던 수색 본부의 작전은 박이 잡히면서 매듭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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