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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려되는 해외투자자 이탈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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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손을 빼는 '셀 코리아'조짐은 그것이 당장은 심각한 게 아니더라도 결코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월가의 큰손들이 한국 경제에 불안해 하는 분위기는 이미 북핵사태가 불거질 때부터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손끝에 달려 있는 블루칩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2월에는 외국인주식거래가 5개월 만에 순매도를 기록해 이는 상당히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다.

국내건 해외 투자자이건 증시에선 이익을 찾아 뛰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은 93조원으로 시가총액의 36%에 이르고 있다. 그 돈의 유출 충격을 감안하면 뒷짐을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펀드의 매력이 줄어드는 것은 현 경제상황을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세계경제 침체에 이라크전 우려야 중국.홍콩.태국 등 개도국에 공통현상이지만 한국은 북한 핵사태라는 큰 불안이 더 있다.

여기에 우리 경제는 빠른 경기하강을 겪고 있다. 자칫하면 외국투자가들의 급속한 자본시장 이탈로 환율과 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를 흔들어 경제운용에 장애를 만날 우려가 큰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결여다. 지난달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신용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하기 직전에도 걱정없다며 상황을 낙관해 온 정부다.

물론 해외투자자들의 주식매도현상은 채권 등 안전자산선호를 위한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우리만에 국한한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투자자들은 우리의 경제불안이 최소한 상반기 중에는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그대로 놓아두면 외국인 투자회수에 주가폭락, 경기침체 가속화 등 연쇄충격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러려면 새 정부가 경제운용 방향을 분명히 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또 북핵문제, 주한미군문제 등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