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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노벨 경제학 수상자의 외침 '복지는 성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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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지음
김원기 옮김, 갈라파고스
506쪽, 2만3000원

자유로서의 발전. 제목만으로는 이 책이 뭘 얘기하려는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원제(Development as Freedom)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자유와 발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경제학자인 저자는 자유를 ‘역량’(capability)이라 정의한다. 그래도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역량을 “개인이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힘”이라고 재차 정의한다. 배가 고픈데도 식량을 못 구한다면 역량이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보면 자유는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한 행위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확장”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굶주리고,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수명이 짧고,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자유가 없는 거다. 그렇다면 자유는 삶의 질이나 행복과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발전은? 이러한 자유를 확대하는 수단이다. “경제발전의 최우선 목적이 인간의 자유”다. 이런 자유를 늘리려면?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 기근 해결, 의료 확대, 수명 연장의 가능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이 다가 아니다. 지은이가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그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요컨대 경제발전은 경제성장보다 더 포괄적인 뜻을 담고 있다는 거다. 우선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이다. 경제가 성장해도 “시장경제체제의 혜택에서 배제된 일부 공동체”의 자유는 확대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적 자유 이상의 것도 중요하다. 정치적 자유, 즉 민주주의와 사회적 기회의 확대가 경제발전의 기본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자유와 발전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지은이가 어떤 학자인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진보적 자유주의자다. 시장경제체제를 인정하면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부 개입을 강조하고,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체제가 경제를 발전시키며, 빈곤층의 자유를 확대시키는 복지가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이다. 하긴 이전에 나온 『불평등의 재검토』(한울)를 읽은 사람이라면 짐작하고도 남았겠지만. 아쉬운 건 14년 전에 나온 책이 이제서야 번역됐다는 점이다.

김영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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