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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제2회 민정약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야햐·칸」「파키스탄」대통령의 6·28연설은 「탱크」와「로키트」 포 또는 관제입법등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동「파키스탄」「벵골」민족의 자치나 「파키스탄」자체의 민주화는 허용할 수 없다는 종래의 결의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서 「파키스탄」의 외교정책이 앞으로 미·소에 대한친화보다는 중공과 조금 더 접근될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이로써 「아유브·칸」전대통령의 과두지배는 민중과 지식인의 반발로 해체단계에 들어 갔었으나 민간 지도자들간의 분열과 종족간의 대립으로 인해 인도형의 근대민주주의로 발전할 기회를 놓치고, 다시 과도적인 교도체제로 눌러앉게 되었다.
말로는『4개월 안에 민정이양을 하겠다』『각주의 자치권율 인정한다』고 했지만 실제 그의 연설은 이 모든 약속을 사문화시킬 수도 있는 전제조건들을 달고 있어 앞으로의「민정」이 지난번 총선에 나타난「표의 의지」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전망된다.
그 당시 「표의 의지」는 「아와미」연맹당과 「알리· 부트」의 인민당의 다삭의석이 말해주듯 ①군정철폐 ②회교세력둥 전통적 봉건세력의 퇴진 ③「벵골」족의 「경제적」자립 ④사회개혁 등으로 요약되는 것이었다.
만약 이러한 변혁이 새로운 제련의합에 의해 명문화된다면, 그러지 않아도 소삭파로 패배한 군부· 봉건세력은 완전히 기득권을 박탈당할 것이기 때문에「야햐·칸」대통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민정으로의 순탄한 항로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총선전에 이미『새로운 헌법이 회교이념과 국가의 통일성에 배치된다면 이를 무효화, 군정을 연장하겠다』고 선언한「야햐·칸」대통령은 「민정호」의 파선을 위해서「파키스탄」「푼잡」족과 동「파키스탄」「벵골」족간의 전통적인 대립관계를 이용했다.
특히 「아와미」연맹당수 「무지부르·라만」에 대한「알리·부토」인민당수의 「라이벌」의식을 부채질, 이들간의 소모적인 불화가 민정세력의 분열, 민정이양작업의 지연, 혼란의 만성화, 그리고 「탄압의 구실」이 되게끔 공작했다.
과연 지난 3월 이후 동「파키스탄」의 자치권을 둘러싸고 「다카」에서 진행되었던 「야햐·칸」「무지부르·라만」「알리·부토」의 3자회담은 「무지부르·라만」의 강경한 자세뿐 아니라 「알리·부트」의 기회주의적인 술수와 「야햐·칸」의 연막전술로 완전히 「쇼」가 돼버리는 가운데 무대이면으론 정부 군부대들이 소속 「다카」시로 진주하고 있었다.
심상찮은 기미에 흥분한 「벵골」인들이 점차 가두에 진출하자마자 「야햐·칸」대통령은 기회를 놓칠세라, 질서유지를 구실로 계엄을 선포하고 사상 유례없는 일대학살을 감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카」대학구내 학생기숙사에서 발견된 시체더미, 피로 물든 강의실암단, 흙으로 살짝 덮어놓고 「탱크」로 밀어버린 시체들, 민간인 주택가의 방화, 군중에 대한 기총소사, 불타버린 반정부 신문사건물과 그 안의 숯덩이같은 시체들-3월26일이래 동「마키스탄」전역에서 자행된 학살규모는 1백만명에 달한다는 추계다.
그 직후 비록 「뱅글라데쉬」공화국이 선포되었다고는 하지만 사태는 정부군의 압승으로 굳어진게 분명한 둣 하다.
이러한 사태를 배경으로 「야햐·칸」대통령이 발표한 28일의 성명은 또 하나의 연막탄임을 드러냈다.
즉 ①헌법은 새 의회가 아예 손도 못대고 관선의 헌법위원회로 하여금 초안을 잡게 하고 ②「아와미」연맹은 특정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불법집단」이므로 이를 대치할 것이며 ③재정권도 중앙정부가 가져 「벵골」인이 요구하는 경제적자치를 거부, 지방자치약속의 허구성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④계엄령도 민정후까지 「당분간」계속 할 뜻을 비쳐 애초부터 「민정아닌 민정」이 될 공산이 큰 것이다.
한편 「야햐·칸」성명은 또 주권침해의 길을 트려는 어떤 외원도 거부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군원과 난민구호물자를 제공해 온 미국이 인도와 보조를 맞추어「벵골」인 학살에 항의, 군원을 중단한 사실, 그리고 소련이 「벵글라데쉬」독립운동에 동정의 뜻을 표한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반면 중공은 소위 「해방전사」론을 집어던지고 남아와 인도양에 대한 소련의 침투를 견제할 의도로 「야햐·칸」정부를 편들고 나섰다.
「아시아」지역에서 소련외교가 가장 활발한 곳이 인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중공견제를 제1의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니만큼, 「벵골」사태로 격화되고 있는 인도·「파키스탄」간의 긴장과 양측 군대의 월준사건은 자칫하면 「아시아」에 있어서의 소·중공분쟁의 새로운 각축양을 이곳에 양성할 우려마저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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