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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잦은 체력검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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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만10세 이상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체력검사에서 많은 여학생이 실신하는 사고를 빚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7일 개정 공포된 「학교신체검사규정에 따라 법의 뒷받침을 받고있는 이 체력검사는 69년의 표본검사, 70년의 일괄검사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되는 것이지만 지난해에는 단순히 건강기록부 기재에 그쳤으나 올해부터는 건강기록부 기재 외에 측정결과를 문교부에 보고케 하여 체위향상 분석자료로 삼고 내년부터 실시할 체력장제도의 기초자료로 삼기로 했다. 체력검사에 따른 문제점은 우선 종목이 적합한 것이냐 하는 원칙적인 문제와, 둘째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등 시행상의 문제, 셋째 사고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크게 나누어 세 가지 측면으로 다루어 볼 수 있다.
50m 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쥐는 힘, 왕복달리기(10m×4), 윗몸 일으키기, 윗몸 앞으로 굽히기, 턱걸이(남) 또는 팔 굽혀 매달리기(여) 등 7가지의 초·중·고교 공통종목과 오래달리기(국민교 6백m, 중·고 여자 8백m, 중·고 남자 1천m 등 8개 종목은 국제 체력검사 표준화 위원회(위원장「라르슨」씨) 의 제정 종목이다.
※(별표참조) 이 종목으로 69년 9월5일부터 10월 20일 사이에 초·중·고생 2만 1천명에 대한 표본검사를 실시, 전국적 기준치작성을 위한 자료수집과 국제체력검사표준화위원회 제정의 체력검사종목을 우리 나라 학생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끝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윤남식씨(이대교수) 박철빈씨(경희대교수)가 중심이 된 18명의 측정위원이 대한체육회와 시·도교육위의 협조를 얻어 검사한 표본검사 때는 1명의 사고도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윤남식 교수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오래달리기에는 강하다는 기록상의 결론이 나와있고 일본에서는 여자 중·고생이 1천m, 남자 중·고생이 1천 5백m를 달린다는 것을 예로 들어 종목선정의 「미스」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교부체육과 당국자도 『단순히 「버터」와 고기를 많이 먹는 외국인에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해서 비난하는 것은 당치않다. 하체의 힘은 서양학생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종목변경의 필요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있다.
문교부는 검사실시에 앞서 1천여 명의 체육교사를 검사요원으로 훈련했고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한 실시 위원회를 각 시·도에 보내 순회강습을 실시했다.
이들 강습 받은 체육교사는 다시 직접검사에 앞서 담당교사를 강습, 검사 실시 이전에 충분한 준비운동을 실시할 것과 신체에 이상이 있는 자는 오래달리기검사를 하지 않도록 했으나 이 단계에서 어떤 잘못이 저질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동여실고의 경우는 예방주사를 맞아 열이 높아진 학생들에게 8백m 달리기를 시켰고 서산 여·중고의 경우는 한낮 29도의 폭염 속에서 검사를 강행, 사고를 빚었다.
당초 문교부는 4, 5월 두 달 동안 검사를 끝낼 예정이었으나 양차 선거 등 이유로 6월말까지 연기했는데 이것이 사고의 깊은 이유가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5월말 현재 수검인원은 총 수검대상자 5백만여 명의 3분의 1인 1백 68만여 명으로 나머지 3분의 2를 6월 한 달에 끝내 7월초까지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시에 각 학교는 더위를 무릅쓰고 검사를 강행하는 졸속도 범하고있다..
문교부는 사고가 속출하자 상오 11시 이전 또는 하오 4시 이후에 검사토록 뒤늦게 시달하기도 했다.
이밖에 관리상의 문제점으로 지나칠 수 없는 것은 각 개인의 성적을 교내에 게시하라는 문교부의 지시이다.
문교부당국자는 체육 교육을 등한히 하는 학교교육의 맹점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있으나 사춘기에 접어든 여학생들이 자신의 신체결함을 감춘다는 이유와 보이지 않는 경쟁심에서 무리한 달리기를 하게되고, 심지어는 허약한 신체를 숨기고 참여하게되는 결과를 빚고있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검사결과는 단순히 참고결과일 뿐 학교성적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성적에 들어간다』 『입시체능고사에 참고가 된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학생들이 걸어가도 좋은 것을 무리하게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민관식 문교부장관은 이 같은 사고가 『학교체육행정의 적신호』라고 밝히고 제대로 교과과정을 운영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장관은 3분 이상을 뛰어야 체내에서 스스로 산소를 공급하는 능력이 생겨 호흡순환기능, 전신지구력 등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종목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학교 체육과정에서는 5학년 때 8백m, 6학년 때 1천 남 달리기를 가르치도록 되어있고, 여자 중·고교에서는 1천 5백m에서 5천m까지 달리기를 가르치도록 되어있으나 치열한 입시경쟁 때문에 체육과목을 소홀히 하여 이것이 사고속출의 근본원인이 된 것으로 진단되어 학교체육행정의 재검토가 요망되고 있다. <이돈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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