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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페인」의 명 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게셀」판사=신문의 판단은 정부의 판단보다 상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로니」(법무 차관보 대리)=신문이 국방장관보다 상위에 있다는 판단은 있을 수 없다.
「클라크」변호사=이런 종류의 정보를 가지고 탄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이미 제방의 물은 새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연방지방법원의 재판「스냅」이다.
지난 18일 밤 「워싱턴·포스트」지는 거침없이 승소했다.
이로써 미국정부는 국방성의 극비문서를 실은 NYT지에 이어 두 번째로 패소의 고배를 마셨다.
19일 하오 「뉴요크」 연방지방법원에서 NYT지의 경우를 다룬 「머리·거페인」판사의 판결도 역사적 명판의 선례가 됨직하다. 그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충고하고있다.
『국가안보만이 방위되어야 할 유일한 것은 아니다. 안보는 우리의 자유로운 제도의 가치에도 역시 존재한다.』
이번 미국 언론과 정부의 대결은 「현대국가」의 이념을 재확인하는 역사적 의미도 있을 것 같다. 「국가의 영광」(내셔널·글로리)과 「정치적 도덕」(폴리티컬·모럴) 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시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상의 모든 권력자들은 『국가의 영광을 위해』 국민의 터무니없는 관용을 강요한다.
따라서 국가의 영광과 정치적 도덕은 일치할 수 없는 것이라고 고집한다. 바로 이번 미국 정부의 입장이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NYT지나 WP지는 이에 승복하지 않았다. 정치적 도덕이 우선한 그 기반 위에만 국가의 참된 영광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부단히 계속되어온 시비이며 투쟁이었다. 국가에 대한 개인의 귀속을 끝없이 요구하는 국가와 개인의 내면적 윤리 위에 존재하는 최고의 도덕적 존재로서의 국가와는 어느 것이 강할까? 말하자면 이 의문에 「거페인」간사는 명쾌한 대답을 해준 것이다.
국가가 도덕적으로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할 때 과연 강한 존재일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이것은 흥망 성쇠의 인류역사를 한 「페이지」만 들추어보아도 알 수 있다. 『역사는 증류된 신문의 일종』이라고 까지 말한 사람이 있었다.
결국 신문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와 얽혀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제기되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파동은 이제 최후의 검열 자는 국민이지 그 누구도 아니라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거페인」간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충고한다.
『언론의 자유라는 보다 위대한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집권자는 요란한 언론, 주위에 범람하는 언론, 완고한 언론을 참고 견디어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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