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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현장 취재…70만 교포 성공과 실패의 자취|동남아<16>|보르네오 원시림을 베는「남방개발」요원 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섬나라「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섬인「보르네오」의「코티바루」지역에서 남방개발소속 한국인 65명이 섭씨 평균 35도나 되는 더위와 하늘이 보이지 않는「정글」속에서 원목벌채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누런 작업복과「정글」학 차림에 콧수염을 기른 데다 얼굴까지 검게 타 원주민과 얼핏 분간이 안 되는 사업본부장 이윤경씨(37·부산 태생)가「한국기자로는 세 번째」라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씨는 65년 10월에 남방개발 직원으로「인도네시아인」에 입국, 인니 원목벌채사업의 기반을 닦은 개척자로서 또 인니 관리를 가장 많이 아는 한국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카르타」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도 인니 정부와 잘 교섭이 안될 때 자문을 받을 정도로 인니 사정에 익숙한 그는 한국인 65명 외에 현지인 7백여 명을 투입해서 원시림과 싸우는 총 사령 역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관할하는 면적(개발림지)은 27만ha로 우리 나라 충북면적과 비슷하며 7백60여명의 인원 십 3백여 만 불의 장비, 총 연장 74km의 도로가 그의 관 이하에 있다.
하루 생산량은 1만5천t 내지 2만t으로 원목 수송선 3척 분이며 65명의 한국인은 각종 중장비 수리에 11명, 나무수송「트레일러」운전에 4명, 도로개발 및 보수에 5명, 집 재용「불도저」에 20명, 행정요원 및 보조원으로 25명이 일하고 있다.
벌채 계약에서부터 도로건설, 산림조사, 별채작업, 수송, 수출, 현지 민의 선 무와 관청의 각종 허가 및 사후 검열 등을 거치려면 벽지에 앉아 하나도 쉬운 일이 없다고 한다고 좀더 구체적으로는 항공 조사로 원목분포 상태를 파악한 다음 조사원을 시켜 매 목 조사를 하고 우기에도 견뎌 낼 수 있도록 견을 닦아 인명피해 없이 벌채 과정에 들어가야 하며 벌채된 나무를 모아 실어내서 선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리적으로 벌채 현장과 지휘본부가 멀어 관리가 힘들고 벌채사업과 관련되는 산림청·도 청·군청·군사령부 등 14개 기관을 한 달에 몇 번씩 드나들어야 하는 자중이 있지만 이 보다도 벌채 과정에서의 안전관리문제, 현지주민 및 인부 등의 반발이 더 큰 골칫거리라고 이씨는 지적했다.
직경이 몇 m씩 되고 무게가 평균 10t이상인 나무를 베어 넘기자면 가끔 방향을 잘못 잡아 현지 인부 3명이 이미 깔려죽었고 사소한 일에 시비를 걸면서「정글」칼을 빼들고 설치는 미개한 현지 고용 인부를 달래기 위해 밤을 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현지인 들이 칼을 빼들고 설칠 때마다 이 순간을 넘기지 못하면 원목사업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찌를 테면 찔러라. 내가 네 칼이 무서우면 여기까지 나무 베러 오지 않았다』고 으름장을 놓아 가라앉히기도 했다는 얘기였다.
현지 채용인부에 대한 인사관리 문제는 남방 개발뿐 아니라 미국·일본·「캐나다」·「필리핀」등에서 진출한 외국회사들도 이 문제 때문에 벌목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가끔 남방개발 현장에 시찰을 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대신 한국인 직원들에겐 안전교육에 중점을 두어 현지인과의 마찰을 적게 하고『원주민이 때리면 맞으라』는 것이 하나의 신조처럼 돼 있다.
이곳에 있는 한국인 기술자들의 월 봉은 2백50「달러」내지 3백「달러」그러나 시간외 수당이 월 봉 보다 많아 월수 5백「달러」가 넘는다.
현지인 채용의 급여는 행정직이 1백인「달러」, 기술자 보조가70「달러」, 일반노무자는 주급으로 27「달러」수준에 비해 3배 이상 받고 있다.
전쟁위험 수당까지 포함된 월남 파견기술자보다 낫다는 계산이지만 작업시간이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여서 신체적으로 고된 것이 사실이다.
예고 없이 하루에 몇 번씩 오는 비 때문에 쉬는 시간은 많지만 원주민들은 정해진 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는데 반해 한국기술자들은 시간외 수당 때문에. 너무 일을 하려고 해서 지휘본부가 건강상태를 우려, 억제하고 있는 형편.
한국인 의사(회사소속)가 건강을 돌보고 한국인이 만든 음식을 제공받기 때문에 더위를 빼면 별 불편한 것이 없을 정도이나 가장 곤란한 것은 역시 술과 여자인 것 같았다.
낙이라야 휴일을 택해 동료들끼리 노름(마작·포커)이나 하는 정도이고 모든 것이 무료인데다 담배와 이발 값 만들어 월 용돈은 우리 나라 돈으로 1만원미만.
밀림 속이지만 맹수가 거의 없어 신변의 큰 위협은 느끼지 않으나 거머리와 뱀 종류가 귀찮은 정도며「모슬렘」국가라서 산돼지가 흔해 가끔 산돼지고기「파티」가 한국인들끼리만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68년 10월부터 시작된 별채가 아직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해 사무원들은 박봉에 고생하고 있고 초기보다 개선되고 있는 사업성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다.
25명의 한국인 사무직원이 있으나 이윤경 사업본부장외에는 가족동반자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그들의 생활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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