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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침략의 요새가 된 옥토|비무장지대 992㎢|유엔 측의 평화 이용 제의 계기로 본 현지&&"잃은 땅에. 평화의 씨"를|위장 포대 수두룩|비옥의 금화벌은 지뢰와 잡초의 범벅|간첩신호용 깃발 육안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중부전선금화=김영휘·안명진기자】말뿐인 비무장 지대였다. 군사분계선 북쪽 2㎞ 안팎은 휴전 협정 18년 사이 북괴가 끈질기게 토치카 울을 친 중무장의 요새지대로 바꾸어져 버렸다. 13일은 마침 일요일인데도 한국군○사단 전면에 위치한 중부전선 금화지역에선 맨 눈으로도 훤히 동굴 진지 주변에서 북괴 병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보리씨라도 뿌리면 이내 파릇파릇한 싹이 돋을 듯한 비무장지대의 산하에는 지금 침략의 포화가 놓여지고 있는 것이다.
금화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비무장 지대 안 ○○○한국군감시초소에서는 망원경을 쓰지 않아도 북괴가 비무장 지대 안에 마련해놓은 동굴진지 5개를 발견할 수 있다.
제일 오른쪽에 보이는 북괴 동굴 진지는 칼날같이 우뚝 솟은 벼랑 위에 네모난 상자를 올려놓은 모양으로 지어놓았다. 바로 뒤에는 초가집 같은 막사 2개가 보이고 그 옆에는 손바닥만큼 밭을 갈아 채소가 파랗게 자란 밭돼기처럼 만들어 놓았다. 서쪽 약 5백m 되는 산봉우리 위에는 남쪽으로 구멍이 두 개 뚫린 토치카의 아가리가 나 있었고 그 옆에는 고성능 스피커 55개를 한데 묶어놓고 대남 전선 방송을 틀고 있었다.
이 토치카 위에는 북괴 기가 높다랗게 걸려있는 것이 보였다고 이것은 비무장지대 안 북괴 동굴진지들 중에서 북괴 기를 올리고 잇는 2개중에 하나라는 것. 북괴가 이곳에 북괴 기를 꽂고 있는 것은 ①북상간첩 유도 ②유사시 후방 포 부대에 대한 공격목표 제공 ③한국군 감시 초소에 올린 태극기에 대한 대응책 등으로 설명됐다.
이 토치카는 군사 분계선에서 2백m되는 곳에 바싹대어 지은 것으로 한국군 감시 초소에서 직선 거리 4백m 안팎, 양쪽에서 서로 육성으로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야, 북괴군 군관 나오라』-일요일 아침 우리 쪽에서 부른 소리는. 금새 저쪽에 울렸다.
그러나 그들은 쥐 죽은 듯 움직이지 앓았다.『너희는 자유가 없어 이쪽에서 불러도 마음대로 나오지 못하는 거냐』고 고함치자 겨우 1명이 마지못해 토치카에서 나와 한마디 대꾸하더니 재빨리 사라졌다.
다시 서쪽으로 3백m되는 곳에는 암벽을 네모나게 판 동굴 진지가 나무로 위장돼 있었으나 주위에 위장해 놓은 나무가 말라 비틀어져 죽어있는 것이 보여 위장이라는 것이 쉽게 알 수 있었다. 또 서쪽으로 2백m쯤 되는 능선에도 보일락 말락하게 동굴을 파놓았고 다시 서쪽으로 5백m쯤 되는 들판에는 나무로 진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들 동굴진지는 TNT 폭발력, 동원인원, 차량통과 댓수 등으로 미뤄볼 때 두께 5m의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대전차포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견고하다는 것이다. 각 동굴 진지마다. 1개 소대 정도의 병력이 상주하고 있으며 북괴는 동굴 진지에 전기 시설을 해놓고 있었다. 휴전선을 남북으로 각각 2㎞씩 1백55마일에 걸친 비무장지대의 면적은9백인평방㎞로 제주도 면적의 절반에 가까우며 이중에서 금화 들판은 예부터 기름진 들판. 지금은 멋모르는 자연생 나무만이 주변에 지뢰로 범벅돼있을 땅을 바탕 삼아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토치카 앞 저격 능선에서 6·25 때 괴뢰군1명과 중공군 1명을 생포, 1계급 특진됐었다는 백승원씨(42)는 지금은 잡초가 우거져버린 금화벌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마음대로 금화 벌에 들어가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안타까와 했다.
남방 한계선에서 1㎞쯤 떨어진 곳에 마련된 재건 촌에서 농사를 짓고있는 윤희섭씨(36)도 눈앞에 멀리 펼쳐있는 능선을 바라보며 『비무장 지대 안 옥토를 되찾아 평화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며 북괴군이 그곳에 쉴새없이 요새화 한다는 말에 울분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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