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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카시아 가로수 사이로 차를 달리면서도 너무나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라 얼떨떨했다.
토요일오후 무료함을 덜기 위해 극장에나 가자던 계획이 우연히 만난 친구덕분에 돌변해 버린 것이다.
슬랙스 차림으로 일행이 시내를 벗어날 때는 해가 서쪽으로 훨씬 기운 5시 반쯤이었다.
눈에 익은 시가지를 훌훌히 떠나 싱그러운 풀 내음 속으로 내닫는 상쾌함을 공교롭게도 멀미 때문에 만끽할 수 없어 유감이었지만 설악산입구에 닿았을 땐 감회 깊은 황혼 녘이었다. 시간이 늦어 생각했던 한 코스는 못간 채 밤이 깊도록 이름 모를 산새 울음을 들으며 산장의 정서를 음미하는 것만도 훈훈한 느낌이었다.
일요일인 이튿날 날이 밝기 바쁘게 신흥사를 거쳐 계조암·흔들바위를 밀어보고 정상의 울산암, 결국 하늘과 맞닿은 듯한 바위산 꼭대기에서야 마음놓고 쉴 수 있었다.
어느 해 가을에 감상했던 그 진풍경을 상기했지만, 이번엔 짙은 안개가 연기처럼 피어올라 어느 곳도 분별하여 볼 수 없었다.
속초 영랑호의 맑은 수면에 보트를 저어 노래를 띄우며 자연의 웅장하고 섬세로운 배치를 즐길 수 있다는 자유인의 복됨을 소중히 아꼈다.
송림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는데 부인네들이 보기에도 민망스런 모습으로 놀고있었다.
게다가 우리 일행을 향해 어느 선거바람에 재미 보느냐고 야유를 던졌다.
지금까지 딴은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있는 섭리를 깊이 생각하고 있는데 기분을 뭉개버리는 씁쓸한 말이었다.
그런 대로 끝까지 유쾌하게 집에 돌아왔고, 휴일을 얼마쯤 즐겁게 보낸 것이 흐뭇하게 여겨졌다.<김영숙(강원도 강릉 여자종합고등학교 서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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