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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실태와 조성방안-주택에 뺏기는 어린이 공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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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공원이란 어린이들에게 큰 비중을 갖는 곳이다. 특별한 놀이 기구와 친구, 아름다운 자연이 있을 뿐 아니라 공중도덕을 익히게 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생활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택지 난에 밀려 공원이 자꾸만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사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공원들은 말이 공원일 뿐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란 전무한 형편이다. 그런 명목장의 공원이나마 연달아 공원용지 해제가 되어 집과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것을 보면 건축가의 한 사람으로서 특별한 시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공원은 2∼8살 사이를 위한 아동공원과 국민학교∼중고교생을 위한 소년공원으로 구별해서 생각하고 계획해야될 것이다.
아동공원은 30∼60가구에 하나씩 두도록 하고 면적은 45∼70평 크기로 꾸미는 게 좋다. 되도록 각 가정에서 어머니들이 쉽게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배치해서 그네·미끄럼틀·모래밭·어린이가 뛰어 놀 수 있는 마당, 적당한 면적의 포장된 부분, 어머니들을 위한 벤치 등을 갖추면 우선 공원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기는 주택단지들은 어린이공원 용지를 일정한 간격마다 따로 마련해야하며 동네 안에 마련된 어린이 공원은 어른들이 늘 신경을 써서 미화하고 보호해야 되겠다.
서울시내를 돌아다녀 보면 애초에 공원으로 마련되었던 곳이 부서진 미끄럼틀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 채 폐허처럼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가슴아픈 일이다.
소년공원은 인구 6천∼1만 명에 하나씩 두도록 하며 그 면적은 3천6백∼6천평 정도가 알맞다.
소년공원은 근접 지역단위의 리크리에이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코뮤니티의 중심시설과 국민학교에 인접한 곳에 배치하고 축구·정구·배구 등의 운동시설과 수영장·소형 야외극장·녹지 등을 갖추면 이상적이다.
이와 같이 바람직한 어린이공원의 기준을 살펴보고 나면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이 방면에 무심했었는 가를 깨닫게 된다. 물론 전국적으로 심각한 주택난에 처해 있으며 한치의 땅이라도 줄여 집 한 채를 더 짓자는 욕심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도시계획이라든가 작은 주택단지 내의 계획을 세울 때 명심해야할 것은 공원을 포함한 공공시설의 배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집이 들어서기 저에 공원용지가 결정되고 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
넉넉한 대지를 집집마다 확보하기 어려운 도시 형편에서는 어린이 공원이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 모두에게 오아시스의 구실을 하게 마련이다. 내 집에는 꽃 한 포기 가굴 빈터가 없더라도 집 근처에 아름다운 꽃이 피고 나무그늘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면 한결 위로가 될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만도 많은 공원용지들이 해제되었다. 지정된 채로 있는 곳도 전혀 개발이 되지 않는 곳도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성장에 따라 좋은 집짓기 붐이 이러 나고 있는 것 같은데 비싼 집 열 채보다 소박한 어린이공원 하나에 더 비중을 두는 사회가 되어야할 것이다.
【윤장섭 <서울공대교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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