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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령 그 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7일 문교부는 서울대학교의 문리대·법대·상대·사대 등 4개 단과대학에 무기휴업령을 내려, 이에 따라 서울대 당국은 별수 없이 휴업을 공고하게 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이 휴업령은 서울대학교 당국자에게도 의외였던 모양으로, 동교 한심석 총장도 휴업령이 내려진데 대해 대학의 책임자로서 크나큰 책임감과 유감을 느낀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다.
우리가 알기로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27일 하오1시 모임을 갖고 28일부터 수업을 정상화하기로 결의한바 있고, 또 실지로 사대·상대·법대 등에서는 27일까지 실시된 수업과 시험에도 학생들이 거의 전원 참가하여 대학가의 정상화 기운이 간신히 엿보이고 있었던 것인데, 이런 시기에 문교당국이 꼭 휴업령을 내려야 했었는지 그 불가피성이나 「타이밍」에는 의아스런바 없지도 않다. 그러므로 이 휴업령은 27일 전후의 사태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문교부의 공문에서도 지적되고 있는바와 같이 『71학년초이래 교내 외에 걸친 학생들의 집단적인 시위 등이 계속돼 학교질서가 극도로 문란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교부의 학업정상화 지시에도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이 미리 마련해둔 강경방침을 때늦게 발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먼저 말하고자 하는 것은 5·25 총선 후 구속된 동료학생들의 석방을 위해 일종의 동정「데모」를 벌인 학생들의 심정을 성인사회가 왜 좀더 아량 있게 이해해주려고 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앞서도 본 난이 주장한바와 같이, 당국이 먼저 구속학생의 신병을 물어 학원정상화를 좀더 아량 있는 태도로 유도했더라면 혹은 그이상의 사태진전은 능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이와 같은 희망과는 반대로 검찰은 28일 이후에도 계속 학생들에 대한 구속지시를 내림으로써 보다 강경한 방법을 채택할 방침을 시사한 것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당사자 및 일반국민의 기대에 등을 돌리는 처사임을 금할 수 없다.
사실이지 4·27 대통령선거를 전후하여 일어난 학생들의 「데모」사태는 좀 지나치다는 중평이 있었던 것으로 우리는 알고있다. 고대나 연대학생들은 한때 과격한 「데모」를 벌였으나 곧 교내에 돌아가 일시적인 평온을 되찾기도 하였으나 수많은 단과대학이 산재한 서울대생은 계속하여 산발적인 「데모」를 벌였기 때문에 주변 시민들과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입혀온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5·25총선 이후 이들의 「데모」사태가 겨우 소강상태에 들어가려는 찰나에 이러한 휴업령이 내린 것은 앞으로 「데모」요소를 단호히 뿌리 뽑겠다는 당국 방침에도 불구하고 혹은 사태를 도리어 악화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것이다.
문교부가 대학당국에 휴강을 종용하여 책임을 대학에 미루지 않고 직접 휴업령을 발동한 사실은 떳떳한 태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휴업령의 발동으로 학생들이 일시적으로 위축될지는 모르나 그와 같은 강압적인 방법만으로는 도리어 학생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실증을 당국은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2대 선거를 무사히 치르고, 모든 국민이 선거로 인해 생긴 심연을 하루빨리 묻어 일치 단합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이런 시기에 학생들이 「데모」를 계속한다는 것은 이 시점에서의 사회적 여망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책임 있는 기성세대로서는 그들의 선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화를 통한 설득을 벌임으로써 학생들 자신으로 하여금 「데모」만능풍조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학원의 자율성도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임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학생들에 대해서 충고를 주고 싶다. 학생들은 그들의 동기가 제아무리 선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제 겨우 명랑화의 기조를 되찾으려는 사회분위기를 학생들 스스로가 경직케 함으로써 국민의 비난을 받게된다는 점을 직시해주길 바란다.
미구에 개원하게될 국회가 화기애애한 여·야의 협조「무드」 속에서 출범하기 위해서도 당국은 이제 필요이상의 자극을 학생들에게 주지 말고, 기왕의 「데모」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관대히 처리하는 아량을 베풀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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