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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시소 개표에 땀쥔 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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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투표 때는 무심했던 선거가 개표때에는 아슬아슬한 열을 띠었다. 전국 2백6개 개표소에서 철야 진행된 제8대 국회의원선거의 개표상황은 예상외로 신민당 후보의 득표가 많이 나와 곳곳에서 공화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득표상황을 보여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도 관심과 초조감을 느끼게 했다. 25일 투표 날에는 무관심에 가까운 차가운 선거분위기를 유달리 느끼게 했던 유권자들도 개표에는 열띤 흥미를 느끼며 개표상황을 알리는 「텔리비젼」과 「라디오」, 그리고 신문사 속보판에 눈과 귀를 기울인 채 온밤을 우박 새우기도 했다. 곳곳에서 중간개표의 득표상황이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하자 개표중계를 들으며 밤을 꼬박 새운 시민들이 26일 아침이 되어도 「라디오」나 「텔리비젼」 앞을 떠나지 못해 일부 성급한 시민은 「라디오」를 들고 출근, 「버스」 안에서도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개표중계를 듣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서울의 마포, 전남 나주·순천, 그리고 대구중구 등은 공화당과 신민당후보의 득표상황이 개표진행도중 서너번씩이나 서로 뒤집혀 이날 정오까지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기 힘드는 「시소·게임」을 벌여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표는 전국 9천4백6개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25일 하오 7시 개표소로 옮겨 밤9시쯤부터 전국 일제히 시작되었다. 개표소 주위에는 평균 3백명 가량의 참관인이 초조히 개표과정을 지켜보았으며 50명의 청·사복 경찰관이 경비를 맡고 서울을 비롯한 주요도시에서는 소방차까지 동원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개표는 대체로 조용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나 서울 서대문구, 전북 고창, 전남 목포·여수 등을 비롯, 일부 지구에서 혼표와 무더기 표로 인한 소란이 벌어져 한때 개표가 중단되는 곳이 적지 않았다.
각 개표소에서는 지나치게 신중을 기해 개표를 진행한 때문인지 개표작업이 대체로 늦어졌다.

<공화당원 데모|안동서 60여명 경찰과 충돌도>
【안동】26일 낮12시부터 공화당경북 제13지구당(안동시 운흥동) 당원 약1백여명은 안동시 운흥동 당사에서 책상과 걸상으로 당사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전화선을 끊어버린 채 당사의 「마이크」를 통해 『이번 선거에 모기관이 선거에 관여한 이유를 밝히라』는 등 결의문을 채택, 이날 하오 2시 현재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상오 1시15분쯤 청년당원 60여명은 지역구 개표장인 안동시 산업개발 「센터」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의 제지를 받자 『개표를 중지하라』면서 개표장 아래층으로 몰려들어 출동한 40여명의 기동경찰과 충돌, 40여분동안 소란을 피웠다.

<신민 당원들도|대전·광산·영동 한때 개표중단소동>
【광산=기자】25일 하오 10시30분쯤 전남 제19지역구(광산군) 신민당 입후보자 박자용씨는 개표참관을 거부하고 당원 1백여명과 함께 『부정선거원흉을 처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데모」를 벌여 출동한 50여명의 기동경찰과 충동했다.
이 「데모」로 박창배씨(41·송정읍) 등 신민당원 3명이 부상해 인근 심의원에 입원했고 신민당 광산지구당 고재현 선전부차장 등 당원 3명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입건됐다.
이날 신민당원들은 이지역 신민당후보 박자용씨를 앞세우고 광산농협앞에서 송정리역까지 2㎞쯤 가두시위를 벌였다.
신민당원들의 「데모」를 취재하던 조선일보 사진부 임희순기자(32)가 경찰의 곤봉에 맞아 부상했다.
「데모」는 경찰의 제지로 밤11시10분쯤 해산됐다.
【영동】26일 상오4시20분 충북 제6지구(영동) 개표가 실시되고 있던 영동군청회의실에서 25번째 개함된 용산 제2투표함에 공화당후보 정구중씨에게 투표된 18장 뭉치와 6장 뭉치가 나오자 신민당후보 최극씨의 항의와 신민 당원들의 「데모」 등으로 상오11시까지 개표가 중단되다가 야당참관인 없이 개표가 시작되었다.
이날 상오4시20분쯤 무더기표가 나오자 최극씨가 개표중단을 요구, 상오6시20분쯤 개함하지 않은 투표함 27개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선관위에 요구했는데 선관위측은 무더기표가 나온 함 이외의 것까지 보전신청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에 최후보는 10여명의 신민당 참관인들과 개표장에서 퇴장, 개표장입구에서 기다리던 1백여 남녀당원과 미리 준비된 「플래카드」와 머리띠를 두르고 30분간 가두「데모」를 벌였다.
【대전】25일 하오8시30분쯤 대전 을구 신민당후보 김태룡씨와 청년당원 l백명은 대전시 선화동 법원 앞 신민당 을구 당사에서 도청 앞까지 김후보의 자가용 「지프」와 서울자1-9037호 등 2대의 자동차를 앞세우고 『이번 선거는 완전 부정선거다』고 외치면서 시위를 벌이다가 기동경찰관 50여명에 의해 해산됐다. 한편 대전경찰서는 신민당 대전 을구당 김태룡 후보와 국민당 송천영 후보를 선거법위반 및 불법시위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신민당원 김광식씨(34·대전시 용두동) 등 4명과 국민당원 최동춘씨(24·대전시 갈마동17l) 등 8명의 신병을 확보, 구속을 상부에 품신 중이다.
【강화】26일 상오10시30분쯤 경기도 김포 강화지구 신민당 선전부장 명재원씨 등 당원 30여명이 『부정선거 부패정치 애국선열 통곡한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개표장인 강화군청 정문 앞까지 몰려와 「데모」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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