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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때아닌 무용 특수, 그 열기 이어가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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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민우 기자

지난 18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현대무용단 EDx2의 정기 공연이 올라갔다. 현대무용은 난해해 객석이 텅 비고, 설사 있다 해도 무용 전공자나 관계자로 채워지는 게 일반적 풍경이다.

 이날은 딴판이었다.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막이 끝날 때마다 환호가, 기립박수가 나왔다. 공연 뒤 팬사인회에도 400여 명이 몰렸다. 아이돌 콘서트 못지 않았다. 유니버설발레단 임소영 팀장은 “최근 십여 년 무용계에서 이런 호응을 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왜 이럴까. 최근 종영된 ‘댄싱9’ 때문이다. 이날 공연의 주역은 이인수와 류진욱. 둘 다 ‘댄싱9’에 출연했고, 특히 류진욱은 마지막 생방송 무대까지 올랐다. 이들을 보러 온 ‘보통’ 관객 덕에 진풍경이 벌어진 거다. 2회 공연 유료 점유율은 90% 안팎. 이창기 관장은 “무용 전문극장인 강동아트센터가 출범 2년이 됐는데, 현대무용 작품 중 최고 흥행”이라고 했다.

EDx2 공연 중 ‘현대식 감정’에 출연한 이인수(오른쪽)와 류진욱. 이인수가 안무했다. [사진 시댄스]

 다음달 1,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올라가는 ‘댄싱9’ 갈라쇼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9만9000원, 무용 공연치곤 꽤 센 값인데도 말이다. 그간 소외됐던 순수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징후도 여럿이다.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 19일 공연은 이례적으로 매진됐고,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역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장인주 무용칼럼니스트는 “‘댄싱9’ 제작진에 감사패라도 증정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댄싱9’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다” “순수예술의 가치를 깎아 내린다” 등이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갈 곳 없고, 기껏 무대에 서 봤자 한푼 받지 못해 결국 춤을 접는 이들이 속출하는 현실에서 오랜만에 쏟아진 대중의 열광은 한줄기 빛임에 분명하다. ‘댄싱9’이 몰고 온 훈풍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할 때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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