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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교외 교육 그 현황과 전망|백현기<중앙교육연구소장>|「교육발전의 새 전략」주제의 국제학술 세미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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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미나 경과>
미국의 동남아 발전 자문단은 한국의 중앙교육연구소와 동남아 문교장관회의 사무국, AID의 공동주최로 「워싱턴」의 학술원에서 13∼15일 「교육발전의 새 전략」을 주제로 국제학술「세미나」를 열었다.
학교외 교육을 주로 다루고 있는 이 「세미나」에서 중앙교육연구소장 백현기 박사는 「한국에서의 학교외 교육, 그 계획과 전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발전도상국에 있어서 학교외 교육의 중요성과 적극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D등의 후진국 발전지원단체가 물질일변도의 원조에서 교육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수년내의 일이었다.
2차 대전 이후 주로 미국에 의해 주도되어 온 후진국 원조가 발전의 능력을 길러주기 보다는 대미의존성을 더욱 짙게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원인을 찾기 위해 부심한 미국에서는 많은 실패와 성공의 「케이스」를 분석하여 인력개발원조가 가장 우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AID부처장 「조엘·번스틴」씨가 조장이 된 6명의 인력개발 전문가 팀이 동남아 일원을 순회, 특히 학교외 교육현황을 조사하면서 한국에도 들렀었다. 한국에서 이들은 주로 중앙교육연구소의 조사연구물을 통해 현실분석을 하고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에서는 한국이 인력개발, 특히 학교외 교육 활동의 여지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세미나」의 「스폰서」인 AID는 학교외 교육활동에 대해 앞으로도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각각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금년 10월께 열린다.
3일간 계속된 이번 「세미나」에는 세계적인 교육학자·경제학자·사회학자들이 주제발표를 했는데 그 제목과 명단은 다음과 같다.
▲13일=학교외 교육-주 쟁점과 비판적 선택(「프레드릭·하비슨」·「프린스턴」대) 한국에서의 학교외 교육-그 계획과 전망(백현기·중앙교육연구소) 개인향상과 학교외 교육(「프레드·웨이스넌」·「미시간」대) 학교교육을 보완하는 학교외 교육으로서의 지역사회경험(「윌리스·그리핀」·「켄터키」대) 학교외 교육문제의 해결점(「아널드·앤더슨」·「시카고」대) ▲14일=빈부국에서의 학교외 교육의 경제적 고려(「에이너·하딘」·「미시간」대) 성인교육장으로서의 공장(「앨릭스·인묠스」·「스탠퍼드」대) 정치개혁으로서의 교육의 비형식화(「제임즈·구요트」·「컬럼비아」대) 학교외 교육활동 계획의 요소(「존·힐리어드」·미국교육인력자원연구소장) 다음은 이 「세미나」의 첫날 주제발표를 한 백현기 박사의 논문요지이다.
학교외 교육은 학사의 테두리 밖에서 지식과 기술·태도를 향상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한국에 있어서의 학교외 교육에 대해 ①「프로그램」의 현황 ②학교교육과 비교하여 그 효과 및 격차 ③장기계획과 필요한 변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발표하겠다.
한국의 학교외 교육은 4개의 범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현직자의, 기능과 지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과 활동이다. 여기에는 노동청의 직업훈련과정, 중앙직업훈련원, 농촌진흥청의 활동 공무원 훈련 계획 등이 있다. 둘째 범주는 직업준비 교육과정이다. 이에는 소년단·군대의 직업훈련, 문교부가 주관하는 고등기술학교와 고등공민학교·사설직업훈련원 등이 있다. 다음으로 직접 직업과는 관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의 사회 및 문화적 측면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활동이 있다. 가족계획훈련 「프로그램」, 문화원 활동, 성인교육 활동, 시민교육과 지역사회 발전활동, 마을문고, 그 외 자원단체활동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에 대한 활동, 전문적인 일에 상담하는 활동 등이 있다.
제1범주에 속하는 현직 교육에서 한국은 몇 가지 효과적인 「프로그램」망을 가졌다.
인력개발연구소가 전국 40여 직업훈련소에서 1만9천54명의 훈련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이들이 일생동안의 수입에서 훈련받지 않은 사람보다 월등히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혀졌다. 그 중에는 6백 명의 중학 졸업자가 있었는데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이 받지 않은 사람보다 15%의 수입증대를 했다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65년의, 연구에 의하면 농촌지도활동에 참여한 사람은 가구 당 연 수입 13만3천6백25원을 올릴 수 있고 6백20㎏의 벼를 생산했는데, 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은 가구 당 8만8천56원의 수입과 5백35㎏의 벼를 생산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면도 있다. 특히 69년도에 2백50개소의 사설학원은 입시준비 목적으로만 부모들에게 과중한 교육비 부담을 시키고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발전이란 차원에서 학교외 교육의 효과와 가치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서의 학교외 교육 성패의 관건은 재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사회·경제적 질을 개발하는데 보다는 경제발전에 더욱 많은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재정지원단체는 앞에 든 4가지 범주의 학교외 교육에 균등한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있어서보다 학교외 교육에 있어서는 그 재정규모를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대충의 조사에서 보면 노동청이 직업훈련을 위해 연간 1인당 7천5백원을 쓰는데 비해 중학교에서 학생 1인당 연간 3만7천5백원을 쓰고 있다. 약 5분의1의 돈을 쓰는 노동청의 직업훈련활동이 오히려 직접적인 생산성은 더욱 높은 경우가 많다.
학교외 교육은 학교교육과 경쟁적인 관계에서 재원을 염출하느냐? 혹은 따로 이 지원처를 구해야 하느냐가 또한 문제다. 이것은 직업준비교육을 주로 문교부가 맡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가족계획 활동이나 지방문화원 활동보다는 성인교육, 마을문고활동, 학생봉사활동 등에서 학교교육과의 자금 염출 경쟁은 심각하다. 한국에 있어서 학교외 교육 「프로그램」은 최근 수년동안 부쩍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 체계적 평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학교외 교육이 한국사회에 공헌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특기할만한 것은 교수개혁이 이를 통해 도입됐다는 사실이다. 농촌지도에서의 이동식 「프로그램」은 획기적인 사실이었다. 국영방송을 통한 농촌진흥청의 「아침의 농사시간」은 답작지역의 약2백40만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교육방송이다.
중앙교육연구소는 수업의 새로운 방법들이 이들 학교외 교육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존·듀이」, 「제롬·브루너」 등 교육학자들의 방법론들도 처음에는 학교외 교육을 통해 시도되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흥미 있는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학교외 교육은 사회, 경제적 발전에 기여하는 「프로그램」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학교외 교육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무슨 활동이나 재정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학교외 교육은 다양한 재정 지원처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경제관계부처는 학교외 교육에 특별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예로 보아 한국민은 심리적으로 학교외 교육활동을 그렇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은데, 기술과 사회변천을 위해 적극적인 권장을 할 필요가 있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술과 지식·태도 등의 훈련에서 학교외 교육은 학교교육에 뒤지지 않는 공헌을 하고있다.
특히 교수개혁에 공헌한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며, 한국민이 교수개혁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학교교육에서보다 학교외 교육에서 훨씬 부드러운 것 같다.
「프로그램」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교육과 중복되는 경우가 또한 많이 생기고 있다. 상호간의 협조가 절실히 요청된다. 이러한 중복은 한국교육에 큰 혼란의 불씨를 안고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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