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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탁구선수 최정숙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오는 14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종별 탁구선수권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결심을 굳힌 최정숙양은 『이제부터 효도하게 됐다』고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한일은행 적선동지점 3층 연습장엔 여전히 어머니 김명옥 여사(55)가 지켜보고 있었다.
『나도 이제부턴 마음놓고 살수 있게 됐습니다.』 어머니도 가벼운 얼굴이었다.
딸의 화려한 선수생활의 그늘에서 항상 조바심으로 애태웠단 시합장의 나날들을 『운동선수의 엄마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김 여사는 딸의 은퇴를 바라왔다고 말한다.
중학교(계성여중) 1학년 때 탁구를 시작해서 11년, 숱한 환호와 트로피로 쌓아 올린 1등의 자리가 이들 모녀에겐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어머닌 이제 탁구선수를 넘어 코치까지 맡을 수 있을 정도예요.』 계성여중 연습장에서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동행은 웬만한 지방시합까지 빠져 본적이 없다고 한다. 처음엔 복식시합 때 탁구대 밑으로 사인하는 것을 몰라 『왜 자꾸 손을 밑에 넣느냐』고 딸을 나무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경기장에 가면 나도 정숙이와 똑같이 시합하는 기분이죠.』 김 여사는 시합을 마치고 오면 온몸이 쑤시고 딸보다 더 피로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합장에 안 가려고 마음을 먹지만 막상 그날이 오면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나고야 세계탁구 대회 땐 비행장에서 딸을 보낸 길로 김 여사는 부산으로 떠났었다. 일본 텔리비젼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 아버지 없이 자랐어요. 그래도 어머니가 모든 걸 해주시기 때문에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정숙양이 첫돌 지났을 때 아버지를 잃었다. 김 여사는 그것이 안타까와 딸에게 조그만 일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어머니하곤 마음이 잘 통해서 오히려 언니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하면서 정숙양은 어머니 찻잔에 설탕을 넣으며 맛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팽팽한 피부에 딸보다도 짧은 커트 머리를 한 김 여사는 『정숙이가 시합을 앞두면 며칠씩 초조해서 함께 밥맛을 잃곤 하는 통에 이렇게 늙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독실한 가톨릭 가정, 출가한 큰딸 가족과 함께 살고있는 이들 모녀는 일요일마다 나란히 성당에 나가 그동안 구김살 없이 국가대표선수로 키워준 분들을 위해 기구를 올린다고 했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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