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스리 에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남아시아 및 이슬람권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에 '스리 에이(AAA)'가 있다. 이 세 개의 A 중 어느 한개라도 과소평가하고 잘못 다루다가는 큰코를 다친다. 나라와 정권의 운명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첫째 A는 알라(Ala)다. 알라는 이 지역에서 사회.문화 영역뿐 아니라 정치에 있어서도 절대적 고려의 대상이다.

친미(親美) 팔레비 정권이 축출된 후 이란에서 보이고 있는 이슬람 신권(神權)정치나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던 탈레반의 신권정치는 알라의 힘을 과시하는 좋은 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2대 파워로 왕족과 종교지도자들을 꼽는 것을 감안한다면 알라는 'AAA'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A라고 할 수 있다.

둘째 A는 군(Army)이다. 군정(軍政)과 쿠데타가 반복됐던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은 말할 것도 없고 이란이나 이라크,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똑같다. 제도적으로 군의 영향력을 억제할 만한 세력이 아직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군은 정권 및 체제 수호의 보루가 아니라 때로는 그것 자체일 수도 있다.

셋째 A는 미국(America)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와 같은 친미 이슬람국가에서나 이라크.시리아와 같은 반미국가, 파키스탄처럼 친미와 반미가 시대에 따라 엇갈렸던 나라 모두에 미국은 알라나 군에 못지 않다.

다만 미국은 다른 A와 달리 외부세력이며 다른 종교이자 다른 이데올로기다. 때문에 미국은 다른 A들과 대립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계화와 산업화의 바람, 인권.민주주의 등 서구의 정치문화와 이데올로기가 역내 정치투쟁의 수단으로 개입하는 경향이 높아져 미국이 점점 이 지역의 외생적 변수로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요구받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한 지역을 파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알라와 군이 가까워지거나 결합될 때, 군과 아메리카가 알라보다 훨씬 더 밀접해지거나 위상을 서로 바꿀 때, 어김없이 갈등과 긴장이 높아지고, 영향력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던 것만은 틀림없다.

테러와의 전쟁을 이라크로 확전(擴戰)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그동안 이 지역에서 유지돼 왔던 'AAA'의 각 위치를 바꾸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전쟁 후 더 큰 충격과 후폭풍이 이 지역에 불어올 가능성이 크다.

김석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