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선이랑 운동 같이 해요" … 양학선이 이렇게 말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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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이 체조 인생 중 최악이었어요.”

 ‘도마의 신’ 양학선(21·한체대·사진)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 기계체조 도마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양학선’ 신기술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체조 역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지난 6일에는 안트베르펜(벨기에) 세계기계체조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1 도쿄 세계선수권에 이어 대회 2연패다. 그러나 양학선은 얼마 전까지 체조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

 지난 14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양학선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지난 7월 카잔 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까지 계속 상승곡선이었다. 하지만 안트베르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컨디션이 곤두박질쳤다. 이렇게 최악인 상태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마음고생이 컸다. 런던 올림픽 이후 금메달을 당연시 여기는 주위 시선이 어깨를 짓눌렀다. 또 동메달도 못 따고도 주목받는 리듬체조 손연재(19·연세대)와 달리 금메달을 딴 자신은 잘 몰라주는 것도 서운했다.

 양학선은 세계 최고 체조 스타지만 경기장 밖에 나오면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양학선은 “얼마 전에 태릉선수촌 앞에서 택시를 탔다. 기사 아저씨가 무슨 종목을 하느냐고 묻기에 체조라고 했더니 나를 보면서 ‘그럼 양학선을 아느냐’고 물었다. 또 못 알아보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네. 학선이랑 같이 체조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나도 내가 체조 스타인지 잘 모르겠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남들이 잘 못 알아보지만 양학선은 스스로 꾸준히 기술을 향상시켜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런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신기술 ‘양학선2’를 개발했다. 보통 신기술을 만들고 공개하기까기 2년이 걸리지만 ‘양학선2’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신기술은 안트베르펜 세계선수권에서 첫선을 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라이벌 리세광(28·북한)이 탈락하면서 굳이 신기술을 쓰지 않아도 돼 숨겨 두었다.

 양학선에게 체조는 운명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양학선은 “사실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못 딸 줄 알았다. 그런데 금메달을 땄다. 이제 언제든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양학선은 18일 개막하는 제94회 인천 전국체전에 출전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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