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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을 횡령하는 기생충|감염실태와 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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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5일 보사부는 우리 나라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회충·요충·편충·「디스토마」 등 각종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다고 밝힘으로써 우리 나라가 여전히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부끄럽게도 기생충 감열율이 동남아에서 수위를 「마크」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기생충 감염실태와 그 대책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보사부·한국 기생충 박멸협회 등이 조사한 한국인의 기생충 감염율을 중심으로 통계자료를 수집·분석하여 대한의학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은 회충을 비롯한 6개 장내 기생충 감염율이 총 36%라는 엄청난 율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에 있어서는 질환별 이환율 중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감염되고 있는 중요 장내 기생충인 회충·편충·십이지장충·요충·동양모양선충·촌충을 감염율로 보면 편충이 71.0%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이 요충으로 61.3%이고 3위가 회충으로 60.5%, 4위가 십이지장충의 순위다.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국민이 회충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었으나 그 동안 당국이나 기생충 박멸협회가 학교를 중심으로 구충작업을 편 것이 주효를 봐 회충 감염율은 점차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도별 회충 감염율은 제주도와 서울이 가장 낮고 강원도가 77%로 가장 높았으며 우리 나라 장내 기생충 중 가장 많은 편충을 보면 충청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이 모두 70% 이상의 감염율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강원과 전북지역은 79%로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한편 요충 감염율은 평균 61.3%나 되며 특히 제주 지역은 76∼82%의 고율을 보여 문제가 되고있다.
회충과 편충 등의 높은 감염율은 저 연령 층, 특히 학령기 전아 등에 있어서 확실히 신체 및 발육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십이지장충은 회충보다는 얕은 감염율을 나타내고 있으나 임상적 의의는 오히려 회충보다 중요한 때가 많으며 충체의 흡혈에 의한 숙주의 실혈은 빈혈의 원인이 되고있다.
사실 기생충이 우리의 귀중한 피와 영양분을 빼앗는 무서운 해충임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로 인하여 각종 질병에 신음하게 되고 또한 자라나는 어린이의 정신적·육체적 발육이 장애를 받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는 노동력 저하를 초래케 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어 기생충 관리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보사부가 발표한 기생충의 피해를 잠깐 살펴보면 구충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 전 인구의 61%가 회충에 감염되었다고 하면 약2천1백60만 명이 감염 자이고 1인이 평균 18마리의 회충을 갖고 있다고 추산되는데 이를 회충수로 계산하면 무려 3억8천8백80만 마리나 된다. 회충 1마리의 무게가 5g 쯤 되니까 총 무게가 1천9백44t 이나 되며 이를 화물 자동차에 실으려면 약l천 대가 필요한 엄청난 숫자이다.
1일 회충 한 마리가 탈취하는 당분이 0.014g이므로 3억8천8백80만 마리의 회충이 빨아먹는 당분의 양을 보리쌀로 환산하면 1만5천2백t, 쌀로 환산하면 1만2천2백t에 해당된다.
우리 나라의 70년도 쌀 총 생산량은 2천8백만 섬으로 약4백50만t 정도 되는데 회충이 1년 동안 먹어치우는 당분의 양은 쌀 4백45만t 으로 쌀 총 생산량과 맞먹는 셈이니 그저 놀랄 수밖에 없다.
회충뿐만 아니라 촌충의 피해 또한 막대하다. 그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7백16억만 원이나 된다.
전 국민의 30%가 촌충 환자라고 하면 8백만 명이 감염자인 셈이다. 감염자 중 30%가 노동불능의 중환자라고 보고 1인 1일 노동 단가 1백 원, 연간 노동일수 2백일로 했을 때 경제적 손실은 4백80억 원이나 되며 빈혈 환자가 감염자의 20%면 1백60만의 연간 치료비 조로 1인당 2백 원으로 추산하면 경제적 손실은 3억2천만 원이나 된다. 촌충 1마리가 하루에 0.4cc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 1인 평균 10마리의 촌충 감염으로 본 연간 혈액 손실 량은 1백16억8천만cc, 금액으로는 약2백33억4천만 원이 되므로 촌충으로 인해서 입는 연간 경제적 손실은 7백16억6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주는 기생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당국은 15일부터 30일까지 기생충 예방주간을 설정하고 이 기간동안 가두 무료상담 및 검변 실시 등의 보건계몽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집단 구충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분뇨처리 및 청정채소 보급사업을 벌일 계획으로 있다.
또한 한국기생충 박멸협회 (회장 이종진 박사) 는 전국적으로 검변을 실시하여 회충 보유자에게는 무료로 투약하는 한편 각급 학교 양호교사에 대한 계몽 강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생충 감염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높은 것은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채소 재배 등에 인분사용, 국민들의 생식습관, 기생충에 대한 인식부족, 기생충 만연에 적당한 기후조건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주섭일·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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