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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00년대를 본다|과학기술처가 내놓은 30년 후의 청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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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제 꼭 30년만 있으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서기 2001년. 지구를 파멸로 이끌 제3차대전이 안 일어난다는 대전제와 미래는 창조해야한다는 소전제 아래 지금부터 30년 뒤를 내다보는 이른바 미래 예측이 최근 세계적인「붐」을 이루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과학기술처에서 내준 5백 만원의 용역 비를 받아서 지난해 8월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소와 한국미래학회 공동으로 우리 나라에 대한 미래예측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2월에 종결된 그 작업을 정리해서 지난 14일 과학기술처에서 "서기 2000년의 한국" 이라는 앞날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작업 경위와 그 청사진의 내용을 요약하면-.

<미래 예측 가능>
한치 앞도 못보고 한시간 뒤의 일도 모를텐데 어떻게 30년 뒤까지를 내다볼 수 있느냐고 할지 모른다. 언젠가 외국에서 30년 뒤의 전자공업을 예측하는 사업에서 그 동안에 생길 가능성이 있는 전자 제품을 마음대로 상상해서 기록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상상해낸 사람은 30년 뒤는 고사하고 1백년 뒤에도 안 나올 것이라고 믿었던 기발한 제품이 8년 뒤에 모조리 실제로 모습을 나타냈다고 한다.
기술 예측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는 한가지 예다. 그러나 1백년 전의 불란서의 「쥘·베른」은 원자력 잠수함과 인간의 달 착륙을 마치 미래를 투시하듯 내다봤다. 그것은 미래 예측이 반드시 허황하지 만도 않다는 예가 되고있다. 미래 예측방법으론 이제까지의 경향을 통계적으로 파악해서 미래까지 연장해보는 연장 법이 있고, 전문가들에게 한가지 문제에 대해 미래를 예측케 하고 그 내용을 검토해서 또 전문가들에게 답변해서 촛점을 수렴해 가는 유명한「델파이」법이 있으며, 어떤 사정을 이쪽 사정과 비교해서 비슷하게 옮겨 놓아보는 외삽 법 등이 있다.

<델파이 법 적용>
이번 작업에서는 이상의 방법 외에 기술 예측에서는 기술 이식 과정(테크놀러지·트랜스퍼)이라는 예측 법도 사용했다. 30년 뒤까지도 선진국의 기술을 뒤따르면 뒤따르지 넘어설 수는 없다는 뜻에서 그런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됐다는 것.「델파이」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과학기술계 인사 2백 명, 기타 8백60명에게 「앙케트」를 보냈다.

<외국서 연구 붐>
특히 과학기술 문제에 대해선 여러 번 「앙케트」에 답하게 해서 초점을 수렴했다. 그런데 미국 「랜드·코퍼레이션」에서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날짜까지 정확히 예측했다해서 일약 유명해진「델파이」방법이지만 이번 작업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나타냈는지 좀 의문이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에선 전문가 층이 아주 얇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래 주택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고있는 전문가가 몇 명이나 있으며 「지니어·모터·카」니「에어·쿠션·카」니 하는 미래의 철도에 대해서 깊은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또한 몇 명이나 있을 것인가. 우리 나라의 이런 사정 때문에 외국에서 많이 나와있는 미래에 관한 책의 내용을 그럴듯하게 옮겨다 놓은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하간 우리 나라에선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내다본「서기 2000년의 한국」을 소개하기에 앞서 21세기는 서기2000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2001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지적해둔다. 「허먼·칸」이 『서기2000년』이란 책을 썼고 이번에도「서기 2000년의 한국」이라 했지만 그것은 1000년, 2000년 식으로 천년 단위로 나타내는 것이 편리하고 숫자적으로 정연한 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기생충 없어져>
「서기 2000년의 한국」은 ⓛ서설 ②「서기 2000년의 한국의 생활·환경 ③서기 2000년의 한국 경제 및 인구 ④서기 2000년에 이르는 과학 기술 ⑤서기 2000년을 향한 한국의 교육 ⑥서기 2000년의 한국이 추구할 기본적 가치 ⑦서기 2000년의 한국상의 평가와 정책 수립을 위한 기본 사항 등으로 된 2백38 「페이지」의 책자다.
우선 2000년의 인구를 보면 최대 5천3백10만 명, 최저 4천7백만 명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5천만 명. 서울의 인구는 약1천2백만 명이고 한국의 도시화 율은 75%가 되므로 전 인구의 4분의3이 도시에 살게 된다. 평균 수명은 80세로 내다보고있는데 외국에서 1백4세까지 내다보고 있는데 비하면 그리 오래 산다고 할 수 없다. 「콜레라」·기생충 따위는 없어지고 암·고혈압 등은 거의 고 쳐지게 된다.
가족은 4명 정도의 핵가족이다. 서기 2000년의 한국 경제는 오늘의 14배 가 되는 결과 1인당 국민 소득은 약2천불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탈공업사회 즉 정보사회의 양상을 띠게 되지만 수출액은 계속 늘어서 2백90억 「달러」로 잡았다.

<응용과학개발>
농업은 기계화가 될 뿐 아니라 해저농업도 보게 되고 어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을 보게 된다. 한국의 과학기술연구자수는 70년의 6천4백 명에서 8만4천5백 명으로 늘고 기초 과학에 크게 중점을 두는 가운데 응용과학의 진흥을 보게 된다. 2000년쯤에 가면 우리 나라에서도「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생활은 고층화·거대화 한 「빌딩」에서 많이 살게되고 서울∼부산은 2시간, 김포∼「뉴요크」는 5시간에 연결되며 그때 가서도 한국인의 가치관은 건강·자유·평화를 사랑하는 점에선 지금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교육도「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티칭·머쉰」에 의해 창조력 양성에 치중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80년대부터 연5% 이내로 물가가 안정되고 과학기술 연구투자에 크게 역점을 두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니까「2000년의 한국」도 역시 한국인이 창조해야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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