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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석·박사' 이공계 대학원 … 기자·정치인도 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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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남홍길 교수는 식물 노화 연구를 통해 노화와 죽음의 연결고리를 밝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학자다. 지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 과학자’로 선정됐다.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양성하는 이공계 대학원이 생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내년 3월 문을 여는 ‘뉴바이올로지(New biology) 융합전공’이다. 생물학 전공이지만 다양한 직업교육을 하고 4년 만에 석·박사 과정을 끝낸다. 기존 대학원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교육과정이다. 대학 측은 우선 10명을 선발키로 하고 8일부터 22일까지 원서를 받고 있다. DGIST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출연해 설립한 국책대학이다.

 뉴바이올로지 전공을 만든 사람은 남홍길(56·생명과학) 교수다. 그는 ‘파격적 실험’이란 말에 고개를 젓는다. “공학·이학 박사가 반드시 교수나 연구원으로 일할 필요는 없지요. 기자·정치인·관료 등으로 활동한다면 국가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긴 것도 바로 이런 점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과의 특징은 4년 만에 박사학위(석사과정 포함)를 따는 ‘기간확정형’이란 점이다. 진로 중심의 교육과정도 독특하다. 대학원생들은 입학 후 1년 만에 전공 과목을 모두 수강하고 2년차에는 전공과 관련한 진로 분야를 선택한다. 과학리더·과학사회리더·창업리더 등 세 분야다. 과학리더는 대학 교수나 연구소의 연구원을, 과학사회리더는 과학담당 기자·정치인·관료 등을 키우는 과정이다. 창업리더 과정은 학생이 연구한 분야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학생들은 스스로 주제를 정해 3년간 연구하며 논문을 쓴다. 교수는 연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정치인·언론인 등이 되려는 학생에겐 현직에 있는 사람을 멘토로 정해 실무체험도 시킨다. 남 교수는 “생물학이 사람의 행동까지 포함할 정도로 연구 분야가 다양해 이 같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학부 전공에 관계없이 학생을 선발한다. 생물학뿐 아니라 화학·물리학·수학·공학·인문사회학·예술 분야 전공 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 수강 과목도 과학 창의력과 과학 윤리·철학·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했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모델의 과학리더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DGIST의 학풍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학교 대학원에는 신물질·정보통신·첨단의료로봇·그린에너지·뇌과학 전공이 개설돼 있다. 여러 가지 첨단 기술을 융합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학부과정 명칭도 ‘융복합대학’이다. 학과가 없다는 뜻이다.

 뉴바이올로지 전공 학생에 대한 대학 측의 지원도 많다. 이들에겐 4년간 등록금과 기숙사비가 전액 면제된다. 성적우수 학생에겐 장학금 3000만원과 연구비 2000만원 등 매년 5000만원이 지급되고 해외연수 기회도 준다.

 남 교수는 “과학 마인드로 무장한 인재들이 각계에서 활동한다면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교육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식물 노화의 분자 유전학 분야를 개척해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학자다. 노화와 죽음은 체계적으로 프로그램된 필연적 단계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런 공로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의 ‘국가 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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