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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보·현수막 등의 고의적 훼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여야는 치열한 설전과 득표 공작에 온갖 지모를 다하고 있으며, 유권자 역시 진지한 반응으로 앞으로 4년간의 국운을 가름할 집권자의 선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행중인 선거 운동의 양상을 지켜보건대, 되도록 인신 공격 같은 것은 삼가고 차분한 정책 대결로써 유권자의 설득에 힘쓰고 있는 것 같으며, 또 더욱 다행스런 것은 아직 이렇다할 큰 사고나 범법 행위가 저질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이같이 대체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선거전에 있어서, 우리의 마음을 거슬리게 하고 있는 것은 최근 두드러지게 눈에 띄기 시작한 선거 벽보·현수막 등의 훼손 행위라 할 것이다.
인구 1백명에 한 장 꼴로 곳곳에 붙여진 대통령 후보 벽보는 그것이 나붙은 지 불과 며칠밖에 안되었는데도 벌써 성한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찢기거나 크게 더럽혀져 미관상 매우 흉할 뿐 아니라 그러한 훼손 행위가 어쩌면 의식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불쾌감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광고물 벽보들은 언제까지나 붙인 그대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 국가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대통령 선거 벽보는 붙이기가 무섭게, 그리고 특히 특정 후보에 치우쳐서 뜯기거나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 국가를 세운지 어언 4반세기를 지났으면서도 이렇듯 불미스러운 선거 벽보 훼손 행위 등이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모든 국민이 크게 각성할 것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훼손 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첫째 원인은 물론 조잡한 첩부에 있음이 틀림없다. 딱딱한 「시멘트」벽에 풀칠한 벽보가 오래 갈리 없을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또 「시멘트」벽이 아니더라도 풀칠이 골고루 되지 않아서 너덜너덜 떨어져 있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눈에 뛴다. 그밖에 비바람에 찢기거나 떨어진다면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코 이처럼 부주의로 인한 것보다는 인위적인 작위에 의해 훼손되는 벽보나 현수막 등이 더 많다함에 있다 할 것이다. 생각은 짧고 당파심은 강한 사람에 의해 특정 후보 부분의 선거 벽보가 찢기는 일, 이것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공화당 대변인은 신민당 후보가 각 지구의 청년 기동대로 하여금 자신의 벽보를 찢도록 하고 이를 공화당에 뒤집어씌우도록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가 하면, 또 신민당 측에서는 그들대로 여당 후보 벽보가 전국적으로 찢겨지고 있음은 여 측이 어린이에게 1, 2백원을 주어 찢게 하거나 통금 시간을 이용, 사람을 사서 이를 찢게 함으로써 반사적 이득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옳든 간에 이러한 주장의 배후에는 선거 벽보 등을 찢는 일이 의식적으로 조작되고 있다는 심증을 굳게 하는 것이며, 이처럼 벽보를 찢는 치졸한 일에까지 대 정당들의 정치적 타산이 깃들여 있다고 한다면, 위법은 둘째치고 이는 선거 이전의 민주주의의 기본 「룰」마저 지킬 의사가 모자란다는 입증을 세계에 대해서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할 것이다.
더우기 이러한 벽보·현수막 등의 훼손 행위가 만일에라도 공무원의 소행일 경우,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위법 질서 위반 행위로서 최근 양평에서 발생했다고 하는 경찰 지서장 자신에 의한 벽보 훼손 행위는 마땅히 그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지서장은 특정 후보 부분이 찢긴 것을 보고 나머지도 모두 찢었다 하므로, 어쩌면 공평을 기하겠다는 심정이었을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엄연히 법에 저촉되는 일임을 몰랐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하겠기 때문이다.
선관위에서는 전국에 걸쳐 다시 한번 훼손된 부분을 빨리 보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치안 당국은 앞으로 더욱 감시를 철저히 하여 인위적인 훼손 행위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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