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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랫동안 별 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던 김기영 감독이 스스로 각본을 쓰고 제작, 감독을 겸했다. 「블랭크」를 깬 작품답게 우선 소재가 국산 영화의 정석을 벗어나 좀 특이하고 연출 기법이 산뜻하다.
「스토리」의 전개가 지나치게 잔초해서 다소 비현실적인 흠은 있으나 연출자와 연기진의 짜임새 있는 호흡 일치는 이러한 무리를 차분하게 극복하고 있다.
천진스러운 시골 처녀 (윤여정 분) 가 작곡가 (남궁원 분)의 집 식모로 들어가는데 부인 (전계현 분) 이 집을 비운 어느 날 밤 뜻하지 않게 주인과 벌인 정사가 그녀에게 정신적 탈각 과정을 안겨준다. 윤여정의 정신적 탈각은 여자가, 아니 인간이 얼마나 잔악해질 수 있는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케이스」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윤여정과 전계현은 전혀 상반된 두 여인의 역을 경연, 각기 청룡상에서 주연 여우·조연 여우상을 획득했다.
연출자의 『특이한 작품』에 대한 집요한 의식 때문인지 색감을 이용한 영상미 추구라든가 「스토리」의 전개 과정에서. 다소 난해 (?) 한 구석이 엿보이기도 한다. 작곡가인 남궁원을 유혹해 내는 여가수 역에 현역 가수를 기용한 것 등 몇몇 단역에서의 「미스·캐스트」는 가장 큰 결점으로 지적돼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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