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불 경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봄 들어 소규모의 산불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던 터에 식목일 전일인 4일 하룻 동안 서울근교를 포함한 전국 열아홉곳에서는 등산객들의 부주의 등으로 잇단 산불소동이 벌어져 모두 15만 그루의 나무를 태웠다고 한다.
이에 당황한 경찰은 5일 전국일도에 걸친 산불특별서계령을 내리고 산림순찰강화와 밀림지역에 대한 소방관의 배치 등 긴급대책을 시달하는 한편 특히 등산객들에게 담뱃불을 조심하도록 호소하고있다.
실상 대다수 도시주민들에게는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며 또 그로인한 피해가 얼마나 크다는 것을 좀처럼 실감하지 못할는지도 모른다.
이리하여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생활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지나쳐 버리기 쉬운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국민은 먼저 요즘과 같은 건조기엔 산불이 자주 일어나기 쉬운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산림·기상조건은 산불의 자연발생을 사실상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대부분이 사람의 과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등산객의 부주의로 인한 경우가 으뜸이라는 사실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근래 공휴일만 되면 많은 도시민들이 등산·낚시 등으로 도심을 벗어나 맑은 공기와 푸른 산을 즐기는 경향이 있음은 어느 모로나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이들 「하이커」·낚시꾼 때문에 대도시에 가까운 휴일의 등산「코스」가 거의 도심의 잡답을 재현시켜 놓은 느낌조차 주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들이 흥에 겨웠다해서 담뱃불을 함부로 내버린다든가, 밥을 지은 뒤 불티가 꺼진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하산한다든가 하는 부주의는 단순한 부주의라기보다는 공공도덕과 시민정신을 망각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산불의 피해를 걱정하고 그 대책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사람들의 유흥기분에 취한 나머지의 과실에 대한 깊은 반생을 촉구하면서 산을 찾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각성을 바라고 싶은 것이다.
산불의 원인으로서는 물론 그밖에도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어린이들의 불장난, 성묘 때 피운 향불의 관리가 잘못됐을 때, 그리고 화전민이 불을 놓을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을것이므로 산림감시와 순찰을 강화함에 있어서는 등산객에 대한 지도계몽과 아울러 산불이 날 수 있는 원인전반에 대한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산림청이 집계한 산불 피해상황에 따르면 69년엔 2백62건이던 것이 작년에는 일약 9백여건으로 급증경향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면적도 누증하고 있는 경향에 있으며 서울 근교의 경우는 작년 1년 간에 1백66건이 발생, 8만평의 임야를 태운 것으로 나타나 여기서도 등산객의 잘못이 화인임을 알 수가 있다.
황폐했던 산야를 푸르게 가꾸어 치산과 치수를 통해 살기 좋은 국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그러나 심은 나무가 제대로 자라도록 보살피는 일이 더욱 중요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범국민적으로 나무 심기와 가꾸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때, 한편에선 일부의 몰지각 때문에 산불이 나서 10년, 20년 된 소나무·참나무 숲을 재로 만들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한가지 덧붙일 일은 산불이 일어났을 때 발견자가 지체없이 신고해야함은 물론이고, 또 소화작업에 신속하게 나설 수 있도록 평소의 준비가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