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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에 도래한 천연기념물 황새 한쌍|사냥꾼에 수놈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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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음성=김택현 기자】 국제보호조로 지정되어 있고 우리 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되어 있으나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황새 1쌍이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앞산에 최근 서식하고 있다가 (중앙일보 4월 1일자 보도) 지난 4일 몰지각한 사냥꾼이 수놈 1마리를 쏘아 죽여 조류학계는 물론 조류애호가들에게 애석함과 분노를 안겨 주었다.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황새는 일본의 두 마리 뿐으로 이것마저 동물원과 가정에서 사육하고있어 번식력이 없었으나 우리 나라의 음성에 서식하는 1쌍은 자연서식 중인 세계 유일의 황새로 밝혀져 반가운 소식으로 조루학계에 받아들여졌다가 지난 4일 이중 수놈이 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때까지 이 황새 1쌍은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부락 앞산중턱의 소나무 위에 둥우리를 짓고 서식해왔는데 지난 3월 중순에 암놈이 5개의 알을 낳았다가 마을사람들 손길에 파손 당한 불운을 겪었고 다시 3월 하순에 수 미상의 알을 낳아 암놈이 품고 있던 중 수놈이 포수의 총탄에 맞아 죽는 참변을 당했다.
지난 1일 이 황새 1쌍이 처음 발견되어 관리를 맡아온 윤자진씨 (50) 에 의하면 4일 상오 11시 30분쯤 구자봉군 (17) 이 바로 황새의 보금자리가 있는 관성리 앞산 중턱에서 포수 1명이 엽총 두 발을 쏘아 황새 1마리를 죽여 사냥용 「잠바」에 싼 다음 일행을 기다리는 것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받았으며 이어 낮 12시쯤 김대영군(18)으로부터 사냥꾼 3명이 사냥용「잠바」에 황새를 싸서 마을 앞을 지나면서 『이건 두루미가 아니라 황새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신고를 받았다.
윤씨는 곧 이들 사냥꾼을 추적한 결과 서울 영5-5891호 동성관광「버스」편으로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꿩 사냥 겸 낚시하러온 사람들임을 알았으나 차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이들을 그이상 추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씨는 사냥꾼들이 『황새를 잡았다』고 숙덕대는 것을 들었으며 「잠바」에 싼 검정빛 황새 꼬리를 보고 가슴을 치며 비통해했으나 그 이상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윤씨에 따르면 이날 황새 1쌍은 상오 9시 10분쯤 소나무 위 둥우리에 있다가 암놈은 남아 알을 품고, 수놈이 서쪽으로 날아갔다가 총탄에 맞아죽은 것으로 이날 하오까지 수놈이 돌아오지 않자 암놈이 다시 날아 온종일 산 위를 빙빙 돌면서 수놈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황새는 국제자연보존연맹이 범세계적으로 보호운동을 벌이고있는 국제보호조의 하나다. 한편 문학재 관리국은 지난1일 이 황새 1쌍이 발견되자 관성리 일대를 천연기념물 도래 번식지로 가 지정했을 뿐, 사냥꾼의 출입금지 등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황새는 일제 때부터 충북 진천과 음성 등 두 곳에서만 서식, 천연기념물 도래지로 지정됐으나 6·25이후 자연환경의 파괴와 남획으로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가 올해 처음 1쌍이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었다.
▲원병오 교수 (경희대 조류연구소장)의 말=세계적으로 황새의 자연 번식지는 우리 나라 뿐으로 학계에 알려졌다. 한 쌍 뿐인 황새 가운데 수놈을 잡아 없앴으니 이제 황새는 멸종될 것이다.
황새 암놈이 현재 알을 품곤 있는데 알을 깰 때까지 둥우리를 떠나지 않고 수놈이 물어다주는 먹이만을 받아먹는데 수놈이 죽었으니 먹이를 얻지 못하는 암놈도 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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