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바그너의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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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 04면

국립오페라단이 1, 3, 5일 국내 초연한 ‘파르지팔’은 힘이 셌습니다. 쉬는 시간 포함해 5시간40분에 이르는 긴 공연 시간에도 예술의전당 1575석이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죠. 더 놀라운 것은 세 번 다 보았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지루하다고 알려진 오페라, 그중에서도 어렵다고 소문난 바그너의 대작에 사람들이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두 다 바그네리안(Wagnerian·열정적인 바그너 음악팬)은 아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 대작을 국내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생각한 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게다가 베이스 연광철을 비롯한 출연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드림팀이었잖아요.”

이용숙 오페라평론가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세계는 한번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맛을 들이면 빠지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요. 금관악기를 극대화한 음향은 현대인들의 구미에 잘 들어맞거든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바그너 음악이에요.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았어요. 얄미울 정도로 ‘밀당’에 능했죠. 음악적으로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나.”

최근 발간된 바그너 전기는 그의 마지막 ‘밀당’을 밝히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70세에 사망한 이유가 지금까지는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이라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실은 젊은 애인을 불러달라고 부인에게 요구하다가 화가 난 부인과 대판 싸웠기 때문이라네요. 영웅호색이라 웃어넘기기엔 왠지 씁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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