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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범칙금 2배 인상 검토 … 불법시위도 강력 대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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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 03면

지난 7월 광주광역시에서 경찰이 대낮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가 ‘법질서 회복’을 위해 고삐를 죌 전망이다.

법 질서 회복 외치는 박근혜정부

여권 핵심 관계자는 11일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법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철학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에 확고히 각인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실장 등은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 동안 법질서가 많이 무너졌으며 이명박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한 일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경찰 등에 법질서 회복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법질서 회복의 우선 과제로 고질적인 교통위반 근절을 추진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교통범칙금을 지금보다 두 배쯤으로 올리고 전국 교차로에 무인카메라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11월 안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하순 국무총리실과 안전행정부 주재로 열린 관계 부처 회의에서 주요 교통범칙금을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을 거론했다가 국민 반발을 의식해 논의를 중단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검찰총장·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법질서 수호에 남다른 의지를 가진 김 실장이 청와대 비서진의 지휘봉을 잡은 뒤 이 방안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범칙금 18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아
현행 범칙금은 안전띠 미착용 3만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6만~7만원, 과속 3만~9만원 선이다. 대부분 범칙금이 1995년 2월 28일 이래 18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범칙금은 한국의 3~30배에 이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의 37.4%(2009년 기준)가 보행 중 사고로 사망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17.5%)의 2배를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속을 해도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3만원만 내면 된다. 같은 기간에 1인당 국민소득이 거의 두 배로 올랐으니 체감 범칙금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범칙금을 두 배로 올리고 법규 위반 횟수에 따라 중과(重課)해 예방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기류는 경찰청 쪽에도 여러 차례 전달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1일 “청와대로부터 올 초 교통위반 단속과 위반자 처벌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받고 이미 단속 강도를 높여왔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끼어들기 등 교통위반행위 단속 건수는 195만107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5만1675건)보다 85.5%나 늘어난 것이다. 경찰이 지난 4월부터 4대 교통무질서 단속을 전국적으로 벌인 데 이어 지난달부터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불법 U턴, 꼬리물기, 방향지시등 미점등 같은 5개 항목 집중 단속에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다음 달까지 계속될 이번 단속을 위해 지난달 초 캠코더 단속반 647명을 전국 주요 도로에 배치했다. 블랙박스로 위반 사례를 채증해 신고하는 시민에게 사례하는 ‘카파라치’ 제도도 부활시켰다.

또 정부·여당은 내년에 경찰 인력을 4000명 증원하기로 최근 합의했다고 김태환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이 12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임 중 경찰 인력을 2만 명 늘려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이행하는 첫 단계 조치”라며 “증원에는 252억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송유철 조직계장은 “증원 인력은 112 신고 접수, 파출소 근무, 교통단속 등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 강화엔 변수도 많을 전망이다. 당장 기획재정부가 복지 우선, 긴축 재정 등을 이유로 단속 관련 예산 확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게 경찰 측 전언이다. 전국에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는 약 4만 곳으로 추산되나 여기에 설치된 무인카메라는 2000여 대에 불과하다. 경찰청 한창훈 교통안전계장은 “경찰은 2017년까지 5년간 5000대를 추가해 총 7000대로 늘릴 계획인데 내년 예산안에 관련 비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무인카메라를 늘리기는커녕 노후 카메라 480대 교체 건의조차 예산 부족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400대만 교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찰청의 다른 관계자는 “무인카메라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청와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예산·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칙금 인상 방안도 만만치 않다. 야당과 지자체·시민들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범칙금을 올리려면 법률을 바꿔야 하는데 야당에서 쉽게 동의해주지 않을 수 있다.

“범칙금 거둬 세수 채우나” 비판은 부담
여기에다 ‘부족한 세수를 범칙금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논란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2013년도 교통범칙금은 전년도(2012년) 목표치였던 7500억원보다 12%(900억원) 늘어난 8400억원을 거둬 세수 부족을 보완하겠다”고 보고했고, 국회는 이를 수용했다. 그런 상황에서 범칙금을 다시 인상하면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5)씨는 지난 한 달 새 같은 곳에서 두 번 교통위반 스티커를 끊겼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세수가 부족하니 범칙금 징수를 늘리려고 과잉 단속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 정부 초기에 교통단속을 강화한 건 박근혜정부뿐이 아니었다. 지난 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낸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출범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 첫해에는 모두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보다 감소했다. 교통연구원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외 없이 교통위반 단속 등 기강 잡기에 나섰고 국민도 호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권 초기 교통단속 강화는 YS 때부터 전통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는 “이른바 ‘새 정부 효과’와 18년간 한 번도 범칙금이 인상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정부가 범칙금을 올릴 만한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범칙금 징수율이 목표의 40%선에 그쳤고, 지금까지 징수하지 못한 교통범칙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범칙금 인상에 앞서 효율적인 징수 방안을 마련해 징수율을 높인 뒤 단계적으로 범칙금 인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범칙금 인상에 대한 그 같은 우려들을 청와대 측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만큼 문제점은 최소화하되 법질서 회복이란 큰 방향을 반드시 실현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한 정치인·시민단체들의 방해행위도 청와대가 근절하려는 사안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원이라도 시위현장에서 위법행위를 하면 현장 판단에 따라 연행토록 했고, 전문 시위꾼들의 위법행위에도 강력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경찰이 시위현장에서 검거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가 벌어져온 경남 밀양에서도 경찰은 시민들의 공사현장 접근을 전면 불허하며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경찰청 오부명 경비계장은 “그 결과 밀양에서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등 일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계장은 “의원들도 요즘은 불법집회 참석을 자제하는 등 불·탈법 행위를 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다만 야간집회 소음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어 현행 무제한 열 수 있는 집회시간을 밤 11~12시부터 새벽 4~5시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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