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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154명, 지방 이전 특별분양 되팔아 25억 차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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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이달 부산 대연혁신도시로 이전할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다니는 A씨는 혁신도시 내에 미리 분양받아둔 아파트를 올해 초 팔았다. 서울에 사는 A씨 입장에선 직장 이전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대출금도 있어서 집을 처분했다. 무엇보다 주변 시세보다 3.3㎡당 200만원씩 싸게 분양받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게 A씨에겐 가장 큰 이점이었다.

 #. 국립해양조사원 직원 B씨는 이에 더해 전매 제한 기간까지 어기고 집을 팔았다. 분양권을 받을 때부터 1년 동안 집을 팔지 못한다는 점을 알았지만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B씨는 A씨보다 더 짧은 기간에 차익을 얻은 셈이다.

 #. 대한주택보증 소속 C씨는 싸게 분양을 받은 만큼 매각 차익이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실제 거래 가격보다 수천만원 싼값에 집을 판 것처럼 서류(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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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밝힌 대연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전 대상 기관 13곳의 임직원 1240명은 시세보다 싼값에 이곳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 지역 평균 시세는 3.3㎡에 1100만원인데 정부가 이들 직원에게는 864만원에 공급한 것이다. 예를 들어 2억8000만원짜리 85㎡ 아파트를 2억3000만원에 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국가의 결정으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직장을 따라 이사를 가야 하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 차원이다.

 그런데 이 같은 보상을 공공기관 직원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 대상자의 32.1%인 398명이 이 집들을 팔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직접 살면서 출퇴근하라고 분양가 혜택을 준 것인데 이를 투기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들 분양 주택을 판 사람들이 거둬들인 시세 차익은 모두 69억5300만원에 이른다. 1인당 1750만원씩 특별분양에 따른 이익을 챙긴 셈이다.

 특히 집을 판 직원 중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은 154명으로 전체 전매자(398명) 가운데 가장 많은 38.7%를 차지했다. 이들이 챙긴 시세 차익 총액도 25억2000만원(전체의 36.3%)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해수부의 관리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의원은 “해수부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직원에 대한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산하 기관에 관련 공문조차 보내지 않았다”며 “이를 수수방관한 해수부에 직무유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 중 22명은 B씨처럼 1년으로 정해진 전매 제한 기간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산하 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의 한 직원은 이 같은 수법으로 4650만원의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매매 이익을 감추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쓴 사람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한 직원은 6월 대연동 힐스테이트푸르지오아파트(84.9㎡)를 3억891만원에 팔았다. 이 직원이 특별분양 혜택으로 이 집을 산 가격은 2억9000만원이다. 김 의원은 이 아파트 시세가 3억9000만원이란 점을 근거로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했다. 시세보다 8000만원 이상 싼값에 매매가 됐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김 의원은 “실제 이 직원은 1억원(시가 3억9000만원-분양가 2억9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소득세를 아끼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쓰는 일이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 직원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특별분양=세종시나 지방 혁신도시로 이주하는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에게 아파트를 시세보다 싼값에 분양하는 것. 주택법은 일정 기간 전매를 제한하고 이 기간에 분양권을 팔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대연혁신도시는 특별분양가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전매 기한을 어겨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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