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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탐험 (55) - 하비 하딕스의 '완벽한 패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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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5월 27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투수 하비 하딕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명승부를 펼쳐냈다. '완벽한 패배'로 이름붙여진 하딕스의 패배는 쉽게 잊을수 없을만큼 극적이었다.

"빠른볼과 슬라이더만 던졌죠. 빠른볼은 위로 솟구치듯이 들어갔고, 슬라이더는 각도가 깊었습니다. 커브하고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몇개밖에는 안던졌죠" 하딕스의 말처럼 밀워키 브레이브스를 상대한 이날의 투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좋을만큼 멋진 투구였다.

그러나 파이어리츠는 하딕스의 투구를 도와줄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회가 진행될수록 안타수는 쌓여갔지만 점수를 뽑지는 못했다. 결국 정규이닝을 넘어섰고, 하딕스는 12이닝 퍼펙트를 기록중이었다. 상대투수 로 버뎃은 12안타를 얻어맞으면서도 무실점으로 막아내 힘겹게 하딕스와의 승부를 이끌었다.

승부가 갈린 것은 운명의 13회말. 잔뜩긴장한 3루수 돈 호크는 선두타자 펠릭스 만티야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실책으로 진루시켰다. 다음타자는 강타자 에디 매튜스였지만 볼 것없는 보내기 번트. 첩첩산중'이었다. 매튜스를 넘자 행크 애런이 나왔다. 하딕스는 애런을 고의사구로 내주고 4타수 무안타, 삼진 2개만 당한 조 애드콕을 선택했다.

그러나 애드콕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딕스의 초구를 받아쳤고 공은 펜스상단을 맞추고 떨어졌다. 2루주자 만티야가 홈을 밟았고, 19,194명이 지켜본 2시간 54분의 극적인 드라마는 막이 내렸다. 승리는 12안타를 산발로 막아낸 버뎃에게 돌아갔고, 하딕스는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95년 6월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가 9이닝동안 퍼펙트경기를 치루고, 10회말 첫 안타를 맞고 강판당하는 불운을 맛봤으나 마르티네스는 승리투수가 됐다. 하딕스의 패배는 12이닝퍼펙트를 기록한 투수에게 주어진 현실로는 최악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후 하딕스는 "작지만 야구역사에 올라갈만큼의 일이였다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당시의 불행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하딕스는 그해 12승 12패 방어율 3.13을 기록했고, 통산 136승 113패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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