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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국회를 향한 이색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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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화당에 이어 신민당의 공천이 끝남에 따라 선거 예비 전은 본격화되고 있다. 전세는 아직 윤곽을 잡을 수 없지만 여야의 주자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지연·혈연·학벌 등을 찾아 지략을 짜고 있다. 정치 라이벌로 숙명의 대결을 하게 되는 지역구는 선거를 거듭함에 따라 늘어나고 있으며 공화당의 큰 구성요소인 군 출신의 진출도 눈에 띈다. 사제간이나 동창생끼리의 대결이 있는가 하면 문중대결과 씨족 표를 업은 싸움도 있다. 전국 1백 53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그 나름대로의 힘을 겨루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 색다른 대결장을 추려 본다.

<숙적>23연에 걸친 라이벌도 3회 이상 대전 13개 지역
정치를 하다 보면 흔히 발을 뽑지 못한다. 그래서 연패를 해도 다시 출마하고 그러다 보면 같은 얼굴끼리 부딪쳐 싸우는 「숙적대결」이 된다.
3회 이상의 대전을 거듭하는 곳은 서울 중구(박인각·정일형) 부산영도(예춘호·김상진) 부산진갑(김임식·정상구) 청주(정태성·최병길) 옥천-보은(육인수·이용희) 천안-천원(김종철·이상돈) 남원(유광현·양해준) 영암-강진(윤재명·유수현) 대구 동(이원만·임문석) 대구남(이효상·신진욱) 경주-월성(이상무·심봉섭) 영주(김창근·박용만) 진주·진양(구태회·황남팔) 등 무려 13개 지역.
특히 천안-태원의 김종철 의원(공화)과 이상돈씨(신민)는 23년 전인 제헌 국회 때부터 맞붙어 엎치락뒤치락하는 장기전 지구. 김씨가 29세, 이씨가 37세의 나이로 선거에 발을 들여놓고 둘이 함께 낙선한 5.10 선거이래 2대에서는 이씨가, 4대에서는 김씨가, 5,6대에서는 이씨가, 7대에서는 김씨가 당선돼 총 전적은 김씨가 2승3패, 이씨가 3승4패.
대구동구는 6번째 출마하는 임문석씨(신민)가 경북도 내 유일의 김대중씨 참모로 활약하고 있는데 재벌인 이원만씨(공화)와 맞서『돈은 받아쓰되 표는 바로 찍자』는「본전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맞서 이씨는 지역구 내의 청년·부녀 조직으로 5백여 개의 단위별소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있다.
대구 남구는 이효상(공화) 국회의장과 신진욱씨(신민)가 3회전을 벌이는데 한솔이 「안 막걸리」「안 부탁하기」 등 돈 안 쓰는 선거를 한다고 나서는데 반해 신씨는 학교 재벌로 「가난한 사람 돕기」 등 주로 서민층에 침투하고 있다.

<전·현 여당 의원-강원의 영월-정선지역 등|신민 공천 받아 혼전 예상>
강원의 영월-정선과 충북 청원은 현역 공화당 의원과 전 공화당 의원이 신민당 공천을 받아 대결하게 되는 혼전예상지역.
영월-정선에서는 승패의 키가 광산촌 표에 달렸다고 해서인지 엄정주씨가 광업진흥공사 부사장이었다는 전직경력을 갖고 탄전을 파들고 있으며 장승태 의원은 여당 열세인 도계·황지 등의 탄광촌을 갖고 있는 삼척의 김진만 의원 등과 공동전선을 펴서 석탄 값 인상·광부노임 인상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6대 공화당 의원인 신관우씨가 신민당 공천으로 민기식 의원과 싸움을 벌이는 청원은 지금까지는 야당 약세지구. 민 의원이나 신씨는 모두 청주 고석 출신이어서 선·후배가 싸움을 벌이게 됐다.
이번에 신민당은 공화당 공천에서 탈락된 임성희(완주) 진의종(고창) 강태헌(남제주)씨 등을 공천해서 공화당과 싸우도록 했는데 일부지역에서도 공화당의 낙천자들이 같은 낙천자인 신민당 후보를 밀기로 결의하여 공화당의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신민당 쪽에서는 서울영등포정구에 박종태, 삼척에 김우영, 포항-울릉 등에 이성수, 의정부-양주에 이진용 의원을 내세울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종태, 김자영 의원은 이미 공화당을 탈당했다.

<장성과 직업 정치인-평택·화순-곡성·목포 등|전남에 예비역 대장 3명>
공화당에 비해 신민당의 군 출신 후보는 훨씬 적다. 공화당의 공천자 가운데 군 출신이 42명이나 되고 그 가운데 「별」이 22명이나 되는데 비해 신민당은 군 출신 5명에 「별」출신은 한 명.
그래서 공화당의 「별」과 신민당의 직업 정치인이 대결하는 곳이 많은데 평택의 최영희 예비역중장과 유치송씨, 화순-곡성의 문형태 예비역대장과 양회수 의원, 해남의 임충식 예비역대장과 문구식씨, 목포의 강기천 예비역대장과 김경인씨의 대결이 대표적이다.
「별」의 정계 데뷔는 전남이 많아 예비역대장이 3명이나 나서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군복을 벗기 전부터 군용 지프로 선거구를 누비고 다녀 말썽을 빚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거구에서는 별이 새겨진 라이터나 군용 불도저가 흔히 눈에 띈다. 신인의「별」이 활기 있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비해 당 생활을 오래 하고 선거를 오래 겪은 야당후보는 조직을 노출시키지 않는「거북이」작전 등을 쓰고 있다.
군 출신끼리 대결하는 곳도 두 곳이나 있다. 경남의 남해와 경북의 영양-울진이다.
영양-울진에선 예비역 공군소령인 오준석 의원(공화)이 예비역 육군중령인 박종길(신민)씨와 남해에서는 모두 예비역 육군대령인 신동관(공화)씨와 이종태(신민)씨가 겨룬다.

<동창-전주는 이철승-김용진씨|나주선 박만영-나석호씨>
이번 총선에서 동창생끼리의 대전은 청원이외에 전주 ,군산-옥구, 나주 등지에서 벌어진다.
신민당의 이철승씨와 공화당의 김용진 의원이 맞붙는 전주는 김 의원이 이씨의 전주 북중 2년 선배.
이씨가 고대학생으로 48년 제헌 때부터 국회 의원에 출마, 3·4·5대 의원을 역임한 것과는 달리 김 의원은 서울시 내무국장을 역임하는 등 행정관료로 있다가 67년 선거 때 정계에 데뷔했다.
「전주」하면 「이철승」-하는 정도로 전주에선 이씨의 인망이 있지만 금 의원도 그곳에선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고 지역개발에 힘써 왔기 때문에 이 선·후배의 싸움은 만만치 않다.
군산-옥구에서 맞서는 신민당의 김판술씨와 공화당의 고병만씨는 군산중학 선후배다.
동창회장도 맡고 있는 김씨는 군중 2회로 2선, 보사부장관을 지낸 구관.
고씨는 청와대 경호실 근무의 예비역 중령으로 새사람이란 간판을 들고나섰다.
전남 나주에서 출마하는 공화당의 박만영씨와 신민당의 나석호씨는 모두 정치 첫출발의 광주고 및 서울대학구의 동기동창생 고교 때부터 자웅을 다투던 두 사람 중 박씨는 서울문리대 정치과-고시-경찰국장을 거쳤고, 나씨는 서울법대-고시-판사를 지냈다.
박씨의 배경(버드실 중학·한독기술학교·삼학소주)과 나씨의 기반(3천호의 나주 나씨) 의 세도 비등.
동창끼리의 대전과는 달리 진해-창원은 사제간에 대결하게 됐다.
신민당의 황낙주씨는 마산상고 재학시절에 공화당후보인 하광호씨로부터 「경제대의」를 교육받은 하씨의 제자다.

<씨족-강릉은 최씨 문중끼리 맞서|김해 김씨와 최령성씨 대결>
강원도 강릉은 같은 강릉 최씨끼리의 문중대결.
3, 4대 의원을 지냈고 63년 6대 국회 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공천으로 출마했던 최용근씨나 현역 공화당 의원인 최익규씨는 모두 강릉의 15만 인구 가운데 4만을 차지하는 강릉 최씨의 문중 표를 노리고 있다. 최용근씨 쪽은 공화당 공천에서 떨어진 최돈웅씨를, 최익규씨는 강릉 김씨 문중 표를 업고 있는 6대 의원 김삼씨를 끌어들여 싸움의 채비를 차리고 있다. 대성대결의 선거전도 많다.
경남의 경우 창녕은 공화당의 성낙현 의원과 신민당의 김이권씨 사이에 창령 성씨와 금해 김씨의 씨족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김씨가 3천 여의 『성씨를 꺾자』는 슬로건을 내놓고 있으며, 성씨는 4천 여의『김씨 문중을 교란시키자』고 해서 김씨 종친회간부들을 공화당에 입당시키고 있다.
함안-의령은 신민당의 조홍래씨가 함안 조씨의 씨족 기반을, 공화당의 전달수씨는 4천 여전씨 문중 표를 업고 『집안 단결』과 『외적침입』에 대한 경계망을 펴고 있다.
전남 순천-승주도 공화당의 김우경 의원과 신민당 조연하씨가 문중 표를 업고 맞선다.<심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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